'부끄러워요 대한민국 기본법'을 접어야 할까 보다
점심에는 대학 동기면서 지금은 모교에 재직하고 있는 N 교수와 만나 같이 밥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니눴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동창들에 관한 대화도 꽤 했지만 역시 주된 내용은 내가 쓰고 있는 책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요즘 책을 잘 안 읽는 시대이니 책이 많이 팔리기를 기대하지 말라 단언했다. 그의 지적이 일리 있다 생각된다. 전적으로 다 옳은 거야 아니겠지만...
그는 다양한 매체에 투고, 기고할 것을 권했다. 책보다는 잡지가 내 생각을 알리는 더 좋은 경로이고 연재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거라 했다. 우리나라 법률 조문에 말이 안 되는 문장이 많고 그래서 그게 실제로 문제가 된다는 걸 실례나 판례를 찾아서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판례가 없다면 가상 판례라도 만들어서 보일 때 설득력이 있을 거라는 얘기였다. 원리나 원칙보다는 실례, 사례,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제목 <부끄러워요 대한민국 기본법>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뭔가 못마땅하다는 눈치였다. 생각해 보니 과연 그랬다. 기본법이 뭔가. 기본법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법학자, 법률가가 아니면 기본법이 뭔지 어찌 알까. 그렇다. 지난 번 책 <민법의 비문>은 비문 때문에 폭망했다. 비문(非文)은 말이 안 되는 문장이니 민법에 비문이 있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리라 기대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요 오산이었다. '비문' 자체를 일반 대중은 몰랐다. 그걸 모르고 제목을 민법의 비문이라 함으로써 스스로 무덤을 팠다. 이번엔 그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하는데 만일 제목을 부끄러워요 대한민국 기본법이라 한다면 기본법이 바로 그 전철 아니겠는가. 나야 기본법을 어렴풋이 알지만 대중은 잘 모를 것이다.
제목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제목과 함께 또 남은 것이 디자인이다. '표지' 디자인이 중요하고 나머지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다. 촌티나거나 투박하지 않아야 하겠다. 세련되게 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만드는 일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