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대한민국 법 문장은 아직 1950년대입니다>

법 문장은 정화되어야 한다

by 김세중

새로 낼 책의 제목으로 <부끄러워요 대한민국 기본법>을 생각하고 거의 마음을 굳혀 가고 있었는데 최근에 만난 한 교수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접했다. 별로라는 것이었다. 고민에 빠졌다. 실은 나 스스로도 100% 만족한 제목이 아니었는데 지인으로부터 그런 지적까지 들으니 당황스러웠다. 포기하고 새 제목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한 출판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역시 별로라는 거였고 그가 불쑥 내민 게 <대한민국 법조문이 기가 막혀>였다. 기발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별로 품위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었다. 법조인들이 불쾌감을 느낄 만한 제목이니 말이다. 법조인들이 거부감, 모욕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제목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그럴 듯한 생각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법 문장은 아직 1950년대입니다>가 그것이었다. 살짝 변형해 <대한민국의 은 아직 1950년대입니다>도 좋겠고 혹은 <대한민국 법조문은 아직 1950년대입니다>도 고려해볼만하다 싶다. 공통된 컨셉은 '아직 1950년대'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2020년대인 지금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이다. 그러나 국가 기본법인 민법, 형법, 상법, 형사소송법의 문장은 1950년대 및 1960년대초 제정 당시 그대로다. 이게 말이 되나? 법조계가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비문투성이에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케케묵은 단어가 곳곳에 있다.


법조인, 법학자들은 이런 낡디낡은 법조문을 오늘날에 맞게 바로잡으려고 하면 마치 큰일날 듯이 손사래를 친다. 거부하는 몸짓부터 보인다. 왜냐하면 법조문 표현이 아무리 잘못되고 낡아도 그들은 법조문의 뜻이 뭔지 알기 때문이다. 국민이 모르면 모를수록 그들의 아성은 더욱 공고해지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새로 법조계에 들어서려는 젊은 세대는 죽을 맛이다. 문장이 말이 안 되니 법조문의 뜻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게 공부하는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잘못된 문장 탓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낡고 오류투성이인 법조문을 그대로 두는 것은 기성세대가 신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한다. 법조문의 대청소가 필요하다. 낡고 잘못된 법 문장은 정화되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책 제목의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