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법은 변화의 사각지대인가
새로 쓰는 책이 점점 더 모습을 갖추어 간다. 원고는 세 사람에게 읽어봐달라 했는데 모두 꼼꼼히 읽어주었다. 큰 도움이 됐다. 최대한 의견을 반영했다. 그 다음은 책의 제목이었다. 제목을 가지고 여간 고심하지 않았다. <부끄러워요 대한민국 기본법>으로 마음을 굳혔었는데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새 제목을 찾아야 했다. <대한민국 기본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로 갈아타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대한민국 기본법이 기가 막혀> 혹은 <엉망진창 대한민국 기본법>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그런 제목들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법조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거북한 느낌을 준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 민법, 상법, 형법, 형사소송법을 읽어보면 '기가 막힌' 게 사실이고 '엉망진창'인 게 맞다. 그렇다고 그걸 있는 그대로 까발리면 이 분야 종사자들에겐 모멸감을 줄 것이다. 굳이 그래야 하나.
그래서 이를 피해 생각해낸 게 <대한민국 기본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인데 점잖은 느낌이 든다고 누가 평해 주어 좀 안심이 된다. 그러나 제목은 점잖아도 내용은 신랄하다. 법조문에 '말이 안 되는' 문장이 참으로 많음을 고발했다.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이 버젓이 쓰이고 있음도 지적했다. '조지하다', '건정' 같은 말은 아마 법조인들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를 거다. 그런 말이 형법, 형사소송법 조문에 들어 있는 줄조차 아마 아는 법조인이 많지 않을 텐데 분명 들어 있다.
아직 국제표준도서번호를 신청하지는 않았다. 그걸 신청해서 번호가 나오면 그땐 더 이상 제목을 바꾸지 못한다. 거기 적힌 대로 해야 한다. 내일은 또 몇 사람을 만나기로 돼 있다. 의견을 들어볼 참이다. 지금이 2020년대지만 대한민국의 기본법은 1950년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기본법의 낙후한 언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가. 왜 법은 변화의 사각지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