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모리배

자신의 이익 vs 국민의 이익

by 김세중

어제 오래 공직 생활을 한 분과 우리나라 법조문의 한심한 실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민법, 형법에는 1950년대에 일본 법조문을 직역한 조문이 허다한데 그러다 보니 말이 안 되는 문장, 국어사전에도 없는 단어가 곳곳에 남아 있다. 그걸 60, 7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고치지 않고 두고 있다. 정부가 노력해야 하지만 결국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므로 국회가 문제다.


그런데 국회의원 중에는 판사, 검사를 지낸 법조인이 상당히 많은데 왜 국회는 엉터리 법조문 개선에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 하니 그분이 대뜸 "법조인은 무슨...! 모리배들이지..." 했다. 판사, 검사를 지낸 경력이 대단치 않으며 오히려 '모리배'라는 것이었다. 모리배? 오랜만에 듣는 말이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이렇게 돼 있었다.


모리-배(謀利輩)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 또는 그런 무리.


'모리배'가 무슨 뜻인지야 물론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보고서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모배'의 ''가 이익이란 뜻 아니겠는가.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이나 그런 무리가 모리배다. 국회의원이라면 의당 국민의 이익을 꾀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만을 꾀한다는 얘기다. 그의 지적에 동의하고 공감한다.


작년 12월 국회에서 '만 나이 통일법'이라면서 거의 여야 만장일치로 민법이 개정됐는데 실은 달라진 게 없었다. 민법은 1958년 제정 때부터 연령 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고 돼 있어서 만 나이를 쓰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출생일을 산입하는 것이 바로 만 나이를 쓰는 것이다.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를 고작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로 바꾸고는 '개정'을 했단다. 개정은 개정이지만 실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연수로 표시한다? 나이를 연수로 표시하지 그럼 뭘로 표시하나. 달 수로 표시하나?


정작 말도 안 되는 문장, 국어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고치는 개정은 하지 않고 이런 무믜미한 법 개정을 하고는 세비를 타가고 온갖 특권을 누린다. 모리배란 말을 들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 안 되는 법조문 때문에 지금도 법학도들은 죽을 맛이다.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돼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날개를 단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