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엔 모처럼 좀 많이 걸었다. 금천구청역에서 안양시 석수동까지 걷다가 독산에서, 가산디지털에서, 신도림에서 석수까지 걷는 걸로 조금씩 거리를 늘려왔었다. 그러다 어제는 드디어 영등포에서 석수까지 걸었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모처럼 사무실에 나온 동창 Y가 나를 보더니 "얼굴 좋아졌네. 얼굴색이..." 하는 게 아닌가. 괜히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할 리는 없었을 거고 그의 눈에 분명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다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단단히 싸매고 터벅터벅 하염없이 걸었더니 얼굴에도 표시가 나지 않았나 싶다.
3시간을 걸었으니 제법 걸은 셈이지만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읽은 이계진 전 KBS 아나운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떠올리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소년 시절 매일 60리를 통학했단다. 아침에 30리, 오후에 30리. 난 어제 겨우 30리를 걸었을 뿐인데...
정치판에서 꽤나 신선하게 활동을 한 걸로 알려진 이계진 아나운서, 재선까지만 하고 정계 은퇴한 뒤 지금은 어찌 지내는지 모르겠다. 초야에 묻혀 지낸다는 얘길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는 의원 시절 인천국제공항을 인천세종국제공항으로 이름 바꾸자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 두 글자 더 넣는 게 뭐가 어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