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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Dec 12. 2023

법조인들의 생각

예상하고 있었다

지인 중에 출판인이 있다. 10여 년 하던 출판사를 지금은 자녀에게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그는 상당한 마당발인데 지인 중에 고위 법관을 지낸 변호사가 있다. 내가 곧 내려고 하는 책 <대한민국 기본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의 원고를 그가 변호사에게 보내주었다. 뭔가 좋은 의견을 주지 않을까 해서 원고를 보내 읽어봐 달라고 한 것이다.


사실 난 왜 그가 법원장 출신 변호사에게 굳이 내 책 원고를 보여주려고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도움을 바라고 보냈을까 잘 알 수 없었다. 드디어 원고를 읽고 변호사가 의견을 보내왔다. 달랑 이랬다.


대충 일람했어요. 법률전문가는 그냥 넘어갈 문제도 많더라고요.


출판인은 상당히 유익한 코멘트를 기대하고 원고를 보냈을 테지만 달랑 온 반응은 이뿐이었다. 그러나 난 이를 번히 예상하고 있었다. 딱 더도 덜도 아니고 이쯤이 일반적인 법조인들의 생각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기본법인 민법, 형법, 상법에는 무수히 많은 언어적 오류가 들어 있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이 숱하고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단어들이 널려 있다. 그렇지만 기성 법조인들은 이게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 대부분의 법조인들이 그렇다. 오히려 엉터리 문장이 많아서 일반인이 이해하지 못할수록 그들은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게 그들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니까.


그러나 모든 법조인들이 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양심적이고 양식 있는 법조인들은 분명 지금의 법조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법조인을 몇 분 알고 있기도 하다. 두터운 기득권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저항이 완강할 게다.



법원장을 지낸 변호사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평균적인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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