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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이상한 사법 시스템

지연된 정의도 정의인가

by 김세중

1974년 12월 30일 저녁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의 한 주류 판매점에 괴한 두 명이 들어와 점원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한 여성 점원에게 총을 쏴 죽이고 말았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돈 로버츠글린 시먼스를 범인으로 체포했다. 두 사람은 살인범으로 기소되어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법정에서 두 사람은 모두 결백하다고 했지만 그들의 주장은 묵살됐다. 33년 뒤인 2008년 두 사람 중 돈 로버츠가 석방됐다. 다시 15년이 지나 이번에 글린 시먼스가 풀려났다.


글린 시먼스는 어떻게 해서 풀려났나? 그는 체포됐던 1975년 당시부터 무죄를 주장했다. 알리바이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주류 판매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기는 루이지애나주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살인범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시먼스와 변호인의 노력은 끈질겼다. 올해 들어 재심 청구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최근 법원은 시먼스가 살인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무죄로 풀려났다. 그를 살인범으로 몰았던 유일한 증거가 목격자의 증언이었는데 목격자는 일찌감치 그 증언을 번복했지만 법원은 무시했었다.


22세에 수감돼 70세에 풀려났다. 48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다. 이는 미국 사법사상 최장기 억울한 옥살이라 한다. 팔팔한 청년이 노인이 돼서 나왔다. 그는 더구나 간암 판정까지 받았단다. 고펀드미에서 그를 돕기 위한 성금이 모이고 있단다. 물론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법적 보상금 청구도 이뤄질 터이지만 언제 보상금이 나올지는 모른단다.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살인이 저질러졌을 때 딴 주에 있었던 사람을 살인범으로 지목해 48년이나 옥살이를 하게 만든 사법 시스템, 단단히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누가 책임져야 하나.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뒤늦게나마 바로잡혔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c1.png 재심 법정에 나왔다


c2.jpg 자유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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