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선택이 중요하다
한 신문의 칼럼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1948년 이후 한국이 지금처럼 부강(富强) 부유했던 시대는 없었다."에 시선이 멈추었다. 왜냐하면 '시대'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부강부유했던 시대는 없었단다. '지금'이 '시대'라는 게 의아하고 칼럼 쓴 이가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시대'는 국어사전에 '역사적으로 어떤 표준에 의하여 구분한 일정한 기간'이라 뜻풀이되어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 등과 같이 말한다. 그런데 "1948년 이후 한국이 지금처럼 부강(富强) 부유했던 시대는 없었다."라니 1948년 이후 지금까지 75년의 기간 사이에도 여러 시대가 존재했다고 보는 거 아닌가. 75년 동안 어떠어떤 시대가 있다고 보는 걸까. 좀체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필자는 10년을 한 시대로 보는 걸까.
'시대'가 아니고 '시기'라고 했더라면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와 '시기'는 어감이 확연히 다르다. 글을 쓸 대 어휘 선택이 중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사실 어디 75년 사이에서뿐인가. 반만 년 역사에서 지금처럼 이 나라가 부강 부유했던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세계에서 우뚝 선 시기가 있었나.
경제와 군사뿐 아니라 문화에서 한국은 지금 강국임을 내보이고 있다. K문화의 힘이 대단하다. 드라마가 그렇고 음악이 그렇다. 언어의 힘 또한 강력하다. 한국어 학습 열기가 드높다. 감격스럽긴 한데 정작 한국의 법 문장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고 한국어 어문 규범은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데가 있으니 속이 몹시 쓰리다. 이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