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이라니 소통만 더뎌질 뿐이다
겨울이다. 지구 온난화로 예전보단 덜 춥다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패딩 제품이 잘 팔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마트의 트레이더스에서 산 몽클레르 패딩이 가짜여서 이마트측이 상품을 전량 회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설마 가짜를 팔리라고 생각한 소비자가 누가 있었겠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떤 업체가 가짜를 납품했나. 재래시장에서 몰래 판 것도 아니고 트레이더스에 납품을 한 것 자체가 도무지 믿기 어렵다. 트레이더스는 가짜인 줄 몰랐을까. 알았다면 납품을 받았을 리가 없을 게다. 모르니 납품 받아 팔았을 것이다. 상도의가 땅에 떨어졌다. 하긴 가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가짜는 생산, 유통되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도 번히 가짜인 줄 알면서 사기도 한단다. 진품이 워낙 고가인 경우엔 그렇다나. 어쨌든 가짜가 트레이더스 같은 데서 유통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를 보도한 기사를 보고 뜨악하지 않을 수 없다. '트레이더스서 산 클레르 패딩이 가품?'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가품'이 뭐지?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질이 좋은 물품'이라 돼 있다. 기사의 '가품'이 그 가품일 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말샘>을 찾아보니 거기에 비로소 '가짜인 물품'이 올라 있었다. 전자는 佳品이고 후자가 假品이다. 그런데 가품(假品)이란 말이 사전에 있기는 하나 들어본 적이 없다. 늘 '가짜'나 '짝퉁'이란 말을 기사에서 보았지 '가품'은 처음이다.
왜 이렇게 점잔을 빼나. '가짜'나 '짝퉁'이 어때서 '가품' 같은 생소한 말을 쓰나. 고상한 것 같긴 하지만 아예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냥 가짜라 하는 게 좋겠다. 짝퉁도 좋다. 말이란 사회적 약속이므로 인위적으로 조작하려 해선 안 된다. 소통만 더뎌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