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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밥과 재료값

사이시옷 집착

by 김세중

새해 첫날부터 사이시옷에 대해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슬프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무슨 이야긴가. 이렇다.


요즘 식당에 공깃밥을 2천원 받는 식당이 많다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3천원인 집도 있단다. 오랜 동안 공깃밥은 천원이었는데 그게 흔들리는 모양이다. 안 오르는 게 뭔가.


그런데 정작 내 시선이 기사에 나오는 단어 표기에 꽂혔다. 공깃밥에 대해 말하다가 재료값이라는 말이 쓰였다. 공깃밥이라 하면서 재룟값이라 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만일 재룟값이라 했다면 몹시 상심했을 것이다. 사이시옷을 붙이지 못해 안달한 모습은 참으로 보기 딱하다. 사실 재룟값은 두 단어지 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재룟값이거나 재료값일 수 없다. 재료 값이다.


그러나 공깃밥은 다르다. 공기밥이거나 공깃밥이지 공기 밥이 아니다. 마치 김밥, 주먹밥이 한 단어듯이 공기이 합해진 말도 단어다. 구가 아니다. 문제는 이냐이냐이다. 이 문제는 답이 있나? 답이 있다면 무엇이 답인가? 국어사전을 정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답은 이다. 국어사전에 그렇게 올라 있다. 그러나 국어사전이 언제나 옳은가. 사전보다 우선인 것은 대중의 습관과 직관이 아닐까. 만일 공기밥이 더 익숙하고 편하게 느껴진다면 공기법이어야지 공깃밥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글맞춤법이고 자시고 간에 말이다. 다만 공기밥이 더 익숙하고 편한지 공깃밥이 더 익숙하고 편한지를 판별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뿐이다. 적어도 내겐 공기밥이 더 익숙하고 편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전에 공깃밥으로 돼 있고 신문이나 출판물에서 공깃밥으로 자꾸 쓰이다 보니 대중도 차츰 공기밥보단 공깃밥에 더 익숙해져 있어 보인다. 그러니 나로서도 더 이상 공기밥을 주장할 맘을 내기 어렵다. 공깃밥을 받아들일 수밖에. 만일 사전에 공기밥이라 돼 있었다면 당연히 대중은 공기밥이 편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건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신문 기사에 재료값이라 되어 있긴 한데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져 있다. 인터넷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이라 올라 있는 것이다.



공깃밥은 단어기라도 하지 재룟값은 단어가 아니다. '재료 값'일 뿐이다. 단어가 아니라 구다. 그런데 이를 단어로 간주해 붙여쓴 뒤 사이시옷을 넣었다. 어찌 놀랍지 않나. 신문 기사조차도 이를 따르지 않고 재료값이라 하고 있지 않나. 재룟값이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사전이 우리 언어생활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미쳤다고밖엔 달리 말하기 어렵다. 국어사전에서 재룟값을 내리라. 단어가 아니다. 다행히 기사에서 재료값이라 썼는데 재료 값이라 띄어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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