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청구권'이라는 정체불명의 말
한 유제품 제조 회사와 관련된 뉴스가 근자에 많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기사가 있었다.
여기서 상법 제402조가 뭔지를 법전에서 찾아보았다. 다음과 같았다.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우선 제402조의 제목인 유지청구권이 무슨 뜻인지가 궁금하고 다른 하나는 신문 기사에서는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는'이라 돼 있는데 정작 법조문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이라 돼 있어 왜 그런지 궁금하다.
우선 두 번째 의문부터 풀어보자. 상법 제402조의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의 '정관에'는 단순한 실수요 오류일 뿐이다. 법조문이 틀렸다. 지금 '정관을 위반한'이라고 하지 아무도 '정관에 위반한'이라고 하지 않는다. 신문 기사도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는 행위'라 하지 않았나. 법조문에 있는 대로 쓰지 않는다. 법조문이 틀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왜 법조문은 고쳐지지 않고 있는가? 상법은 1962년에 제정되었으니 무려 62년이나 지났는데도 아무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틀렸거나 말거나. 우리 국민은 이토록 말에 무관심한가. 법은 문법, 맞춤법의 예외요 치외법권 지대인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첫 번째 의문으로 돌아가보자. '유지청구권'은 한자로 留止請求權이다. 維持請求權이 아니다. 예상과 다르다. 좋다. 그럼 留止가 무슨 뜻이냐. 단어의 뜻을 모르면 국어사전을 찾아본다.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留止라는 단어가 없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 법조문에 있다니! 그나마 통으로 留止請求權은 국어사전에 있다. "주식회사 또는 그 이사(理事)가 위법 행위를 할 염려가 있을 때, 주주가 사전에 그러한 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 뜻풀이되어 있다. 여기서 그제야 비로소 留止가 금지의 뜻임을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禁止請求權이라 하지 않고 留止請求權라 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법조문은 일반 국민이 뜻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留止 같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정체불명의 말이 62년째 상법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