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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인천에 자꾸만 끌린다

월미도와 배다리헌책방거리

by 김세중

최근에만 인천에 몇 번째 갔는지 모르겠다. 어제 또 인천을 찾았다. 차이나타운은 이미 충분히 돌아봤으니 월미도를 가봐야겠다 하고 나섰다. 인천역에서 월미도 가는 방법은 여럿이다. 승용차를 타고 물론 갈 수 있다. 그리고 걸어서 갈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이 월미바다열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


월미바다열차는 말이 열차지 자그만 모노레일이다. 마치 미니어처 기차 같다. 그런데 표를 끊으면서 좀 놀랐다. 가격이 8천원이었다. 가격이 비싸서 놀라기도 했지만 또 놀란 건 역마다 웬 직원이 이리도 많나. 건장한 젊은 남자 여럿이 뭉쳐 있었다. 한 사람만 있거나 무인도 가능해 보이는데 왜 여러 사람이 좁은 데 함께 서 있는지... 인터넷을 보니 인천시에서 운영하는 이 모노레일이 적자가 수백억원이란다. 이러니 적자가 쌓일 수밖에.


느릿느릿 모노레일이 월미도를 향했다. 곡물 저장 사일로는 벽화로 장식돼 있었다. 훌륭한 볼거리였다. 월미도로 들어섰다. 음식점, 카페를 비롯해 위락시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저 많은 가게들이 다 장사가 잘 되는지... 박물관역에서 내렸다. 부근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올해 개관 예정이라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거의 다 지어져 가고 있었다.


월미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해발 108m의 야트막한 산으로 산책로가 잘 닦여 있었다. 전망대 광장이 가운데 있고 한쪽으로는 월미산 정상, 반대쪽으로는 월미전망대가 있었다. 먼저 월미산 정상에 올라가 전망을 즐겼고 내려와서 반대쪽 월미전망대로 갔다. 우뚝 높이 솟은 구조물인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리니 전망대였다. 전망이 탁월했다. 날씨가 흐려서 선명한 경치를 볼 순 없었지만...


인천항 부두에는 참으로 많은 자동차들이 배에 실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이 자동차 강국임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멀리 1부두 쪽 바닥에 1883이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씌어 있었다. 1883년에 개항했다는 뜻이겠다. 그 뒤가 응봉산이고 자유공원이다. 반대편으론 영종도와 영종대교 그리고 인천대교가 아스라이 보였다. 월미도는 지금 이렇게 평화롭지만 1950년 9월 15일에는 인천상륙작전이 있었던 곳이니 당시엔 얼마나 처절했을까.


공원 아래로 내려오니 한국전통공원이 있었다. 정자가 서 있는가 하면 초가집도 있었고 안동 하회마을 양진당을 재구한 한옥도 서 있었다. 월미산 자락의 도로를 따라 걸으니 아까 모노레일에서 내렸던 박물관역이었다.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월미도를 빠져나왔다.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은 친절하고 유익했지만 역마다 있는 건장한 젊은 남자들은 비효율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으로 건너가니 북성동자장면거리는 늘 그렇듯 왁자지껄하다. 거길 조금만 벗어나면 조용해지는데 말이다.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중화루까지 걸어가서 유니짜장을 먹었다. 그리고 신포시장 부근을 지나 이날의 또 다른 목적지인 배다리헌책방거리까지 갔다.


서울의 청계천 헌책방은 예전에 참 번성했다. 수십 개의 헌책방이 촘촘히 붙어서 활발하게 영업했다. 수십 년 지난 지금 그 많은 헌책방은 거의 다 사라지고 다른 가게들로 바뀌었다. 죽어도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가 있나. 그런데 인천 배다리헌책방거리는 달랐다. 몇 개의 헌책방은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한 가게에 들어가 두 권을 골랐다. 한일비교법전이라는 책은 1970년에 나온 책이었는데 판권지가 없는 희한한 책이었고 다행히 서문은 있어서 1970년에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책은 2020년판 블루리본서베이였는데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전국의 맛집을 소개한 책이었다.


서울은 이 나라 수도일 뿐 아니라 인구가 인천의 세 배는 된다. 그런데 서울엔 헌책방거리가 사라졌는데 인천은 온전하게 살아 있었다. 이 점이 인천에 더욱 끌리게 한다. 인천에서 헌책방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니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등지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한번 다녀볼 생각이 있다. 헌책방 순례에 구미가 당긴다.


모노레일 출발역이다
모노레일은 두 량으로 돼 있다
사일로의 벽화는 세계 최대 규모란다
월미산 정상
부두 바닥에 1883은 제물포항의 개항 시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월미전망대
선적을 기다리는 차들
응봉산에 자유공원이 있고 그 아래가 제물포 옛 거리다
월미도에 전통공원이 조성돼 있다
양진당을 재구해 놓았다
밖에서 본 재구된 양진당
곧 완성될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월미도 대관람차
월미도를 이렇게 걸었다
배다리헌책방거리의 한 헌책방
인천역에서 동인천역까지 4.08km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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