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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공천?

암호 같은 정치판 언어

by 김세중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각 당은 후보를 정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천을 받은 이는 기뻐 어쩔 줄 모르고 공천받지 못한 이는 낙담 천만이다. 어차피 한 당에서 한 후보를 내야 하니 비롯되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정가의 일을 보도하는 기사해 여간 의아함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단수공천, 전략공천 같은 말이 그렇다. 단수공천은 뭐고 전략공천은 뭔가? 거의 암호 같은 말이 아닌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73년의 제9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1985년의 제1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중대선거구제였다. 한 선거구에서 의원을 둘 뽑았다. 그 시절에는 한 당에서 한 지역구에 한 명의 후보를 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두 명의 후보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타당의 후보가 약해서 자당의 후보가 둘 다 당선될 가능성이 있으면 복수로 후보를 냈다. 그것을 복수공천이라 했다. 그렇지 않고 한 명의 후보만 내는 경우는 단수공천이라 했다.


그런데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소선거구제로 법이 바뀌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 당에서 한 지역구에 후보를 한 명만 내지 두 명을 내지 않는다. 한 선거구에 의원을 한 사람 뽑는데 한 당에서 후보를 둘 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자당 후보가 다 떨어지길 바라지 않는 다음에서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은 복수공천이란 있을 수 없다. 모두 단수공천이다.


그런데 요즘 신문에서 단수공천이란 말은 복수공천의 반대말로 쓰이지 않는다. 요즘 단수공천의 의미는 경쟁을 하지 않고 당이 어느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후보로 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경쟁을 배제한 당의 일방적인 지정이 어찌 단수공천인가? 말을 매우 이상하게 쓰고 있다. 아니 잘못 쓰고 있다. 비경쟁, 비경선이라고 하자니 너무 속이 보여서 단수공천이라는 매우 모호한 말을 쓰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왜 솔직하지 못한가. 떳떳하지 못하니 이를 감추고 숨기고 싶어 모호한 말을 쓰는 것 아닌가. 이는 유권자와 국민에 대한 기만이 아니고 뭔가. 단수공천 대신 비경선이라 하라. 그게 솔직하고 분명하지 않은가.


근본적으로 비경선은 옳지 않다고 본다. 왜 떳떳하게 경쟁을 통해 후보를 정하지 않고 어느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당이 정하나? 비경선하는 지역과 경선하는 지역이 뭐가 다르길래 어떤 곳에서는 경선하고 어떤 곳에서는 경선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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