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은 있으나마나다
대통령선거법·국회의원선거법·지방의회의원선거법·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법이 1994년 하나로 통합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되었고 2005년에는 법의 명칭이 공직선거법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제279조까지 있는 꽤나 방대한 법률이다. 그중 제24조의2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은 2024년 4월 10일이고 그렇다면 이 조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지역구는 2023년 4월 10일까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50여 일 앞둔 지금까지도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아 갈팡질팡하는 지역이 적지 않다. 왜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하라고 공직선거법은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나.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자기들이 법을 만들어 놓고 자기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국회의원들이 온갖 특권과 특혜를 누리면서 법을 어기는 것을 밥 먹듯 하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선배들이 그래왔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이런 탈법은 누가,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이런 근본적인 문제 말고도 할 말은 또 있다. 공직선거법 제24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효력을 발생하는 날'이라고 했다. 기가 차다. '화재를 발생하는', '사고를 발생하는'이란 말을 들어 보았나?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이라고 한다. '발생하다'는 자동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효력을 발생하는 날'이라고 했다. 말이 되는 소린가. 이 조는 2016년 3월에 개정했으니 불과 8년 전이다. 왜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헌법 제53조 제7항이 이렇다.
1948년 제헌헌법 때부터 헌법에 '효력을 발생한다'란 말이 들어갔고 그게 입에 배서 급기야 공직선거법에까지 기어들어왔지만 '효력을 발생한다'는 말이 안 되는 표현이다. 도대체 헌법이 뭐가 특별하길래 헌법에 들어 있는 오류가 딴 법에까지 스며드나. 헌법이든 법률이든 문법을 지켜야 한다. 꼴불견이고 역겹다. 국회의원들은 밥 먹듯 법을 어기고 법조문은 당당하게 문법을 어기고 있다. 우린 말에 대해 이리도 무감각한 국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