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가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국가대표팀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주장이 선수를 나무라자 격분한 선수가 주장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쯤 되면 다음날 경기가 잘 풀리리라 기대하기는 물 건너갔다. 과연 과거에 진 적이 없는 팀에 2대 0으로 지고 말았다. 그 며칠 뒤 영국 언론을 통해 선수들 사이의 불화와 싸움이 보도됐고 축구협회가 신속히 이를 시인했다.
오늘 한 신문이 손흥민 선수와 이강민 선수의 갈등에 대한 칼럼을 실었다. 이 신문에서 오래 근무했고 사회부장까지 지냈다는 이가 쓴 글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었다.
순간 이 부분을 읽으면서 헷갈렸다. 혼란스러웠다. '자주 들은 사례'라니! '들은'은 '듣다'의 뜻이 아닌가. 그런데 '듣다(聽)'의 뜻으로 이해하기엔 앞뒤 문맥과 전혀 맞지 않는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들었다니! 가르치면서 뭘 듣나? 그게 아니었다. 자기가 가르치면서 언급하고 거론한 사례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든'이어야 하지 않나! '든'이라 해야 할 것을 '들은'이라 했다. 사투리에서나 그렇게 쓰지 표준어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일반인의 글에서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수십, 수백만 독자가 읽을 영향력 있는 매체의 글에서 이런 오류가 나타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소한 부주의가 독자를 혼란에 몰아넣는다.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