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의 권리는 누가 지켜주나
대중교통으로 용유도를 갈 수 있는데 오늘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에서 내린 뒤 운서역 부근 버스 정류장에서 중구2번 버스를 타고 왕산차고지에서 내렸다. 중구2번 버스는 도중에 하늘문화센터라는 데를 들른다. 영종도는 온통 평지 같지만 야트막한 언덕이 있고 하늘문화센터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수영장도 있었다.
왕산차고지에서 내려 처음 찾은 곳은 유명한 카페 메이드림이었는데 단순한 카페 이상이었고 이른바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커피 같은 음료 외에 빵은 물론이지만 그밖의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 외관은 마치 교회 같다. 원래 교회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단다. 건물 안은 온통 유리였으며 바닥에 물길이 나 있어 물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큼직한 빵을 하나 샀는데 여간 달지 않았다. 지하 1층에 지상 3층까지 있는 오묘한 건축물이었다. 바깥에 전시 공관이 따로 지어져 있는데 그곳 또한 훌륭한 예술공간이었다. 한쪽엔 꽃사슴 두 마리가 연신 풀을 뜯고 있었다.
메이드림을 나와 본격적으로 용유도 해변 탐방을 시작했다. 먼저 왕산해수욕장에 들렀고 언덕을 넘으니 더 유명한 을왕리해수욕장이 나타났다. 이곳에 횟집, 카페 등이 여간 많지 않다. 드넓은 해수욕장 모래밭을 걷다 보면 해안 따라 산책로가 나 있어 저절로 그 길을 따라 걷게 되고 끝까지 가면 산을 오르게 돼 있어 계단을 올라 야트막한 산에 나 있는 등산로를 걸었다. 산 너머의 선녀바위해수욕장 가는 길이다.
호젓한 산길을 걷다 보면 출렁다리를 만난다. 산속에 출렁다리가 놓여 있는 것이다. 좀 더 가다 보면 등산로는 끝나고 백사장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선녀바위해수욕장이다. 용유도의 해수욕장은 거기까지다. 그 이후론 걷기가 좀 불편하다. 좁은 차도에 보도가 따로 없어 위태위태하기 때문이다. 지도상으로는 용유도해변이라 표시돼 있지만 군사지역인지 도무지 해변에 접근할 수 없다. 덕교삼거리를 지나면 마시안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도로명은 분명 마시란로이다. 그러나 전통 지명은 마시안인 모양이다. 하지만 걷다 보면 거대한 카페가 나타나는데 카페 이름이 마시랑카페다. 마시안, 마시란, 마시랑... 뭐가 맞나. 다 맞다고 하는 수밖에. '마실+안'에서 '마시란', '마시안', '마시랑'이 파생돼 나오지 않았나 추측해 보았다.
마시안이 끝날 무렵에는 갑자기 거리가 번화해지는데 온통 칼국수 식당들이다. 바지락칼국수, 해물칼국수가 이 동네의 대표적인 음식인 모양이다. 드디어 큰길이 나왔다. 자기부상열차 역도 보인다. 지도 앱을 들여다보니 14.2km를 걸었다. 용유도의 해변을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이젠 영종도에 흡수되어 버린 용유도다. 오늘 새로운 사실을 또 알았다. 그동안 영종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중구였다. 이제 중구에서 갈라져 나와 영종구가 생긴단다. 영종도 전체가 영종구리라. 카페가 많이 생기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걷기 편하게 보행자를 위한 보도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도로 폭이 워낙 좁아 아슬아슬한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세상이 너무 자동차 위주다. 보행자의 권리는 누가 지켜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