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으로 하여금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
경찰관 직무집행법이라는 법률이 있다. 그 제3조 제5항은 다음과 같다.
제3조는 불심검문에 관한 조로서 이 조의 제5항은 경찰관이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고 하는 사람에게 경찰관서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때 지켜야 하는 사항이다. 경찰관이 범죄 혐의자에게 동행을 요구할 때 그 사람의 가족이나 친지에게 자신의 신분, 동행 장소, 동행 목적과 이유를 알리거나 범죄 혐의자 본인에게 그 가족, 친지에게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본인으로 하여금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라 했는데 말이 안 된다. 무슨 뜻인지는 이해가 될 듯하지만 문법에 맞지 않는다. '본인으로 하여금 이들에게 즉시 연락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라고 했다면 완벽했다. '있도록' 대신 '있게'를 써서 '본인으로 하여금 이들에게 즉시 연락할 수 있게 하여야 하며'라고 해도 좋다.
'기회를 주어야 하며'를 굳이 쓰고자 한다면 '본인으로 하여금'을 쓸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이들에게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 또는 ''본인에게 이들과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다'는 보어 '~에게'가 필요한 동사이기 때문이다. '연락하다' 또한 보어 '~에게' 또는 '~과'가 필요한 동사이다.
'본인으로 하여금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는 말을 대충 한 전형적 예다. 그러다 보니 한번에 이해되지 않고 읽고 또 읽게 만든다. 여러 번 읽고서야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이해는 되지만 소통이 더뎌지고 있다. 문법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엉터리 법조문은 탄생해서는 안 됐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