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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이 이다지도 어려운가

대등한 성분끼리 접속해야 한다

by 김세중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있다. 이 법률은 꾸준히 개정되고 있는데 워낙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니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제도가 강화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50실 이상 숙박업소에서는 1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는데 바로 이 법에 따른 것이다. 제도는 그렇다 치고 이를 규정한 법조문을 들여다보면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제8조(자원의 절약 등)

① 정부는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며 폐기물의 재활용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다.


정부는 자원의 절약을 위해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필요한 사항을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다고 했는데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며 폐기물의 재활용을 위하여'라고 했다. '자원을 절약하고'와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며'는 동사구끼리 접속되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폐기물의 재활용'은 동사구가 아닌 명사구다. 대등한 성분이 접속되지 않아 문장이 엉클어지고 말았다.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더라면 깔끔했을 것이다.


① 정부는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며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다.


아니면 다음과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① 정부는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자원의 절약, 폐기물의 발생 억제, 폐기물의 재활용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다.


앞의 문장은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며 폐기물을 재활용하기'가 동사구끼리 접속되었고 뒤의 문장은 '자원의 절약, 폐기물의 발생 억제, 폐기물의 재활용'이 명사구끼리 접속되었다. 대등한 성분끼리 접속되었다. 문법을 지키면 뜻이 명확히 드러나지만 문법을 어기면 뜻이 모호해진다. 문법을 어긴 법조문을 보는 마음이 여간 안타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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