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이어야 의미가 명확히 드러난다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이라는 법이 있다. 전국 대부분의 국립대학에는 대학병원이 있는데 이들 대학병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해서만 별도의 법률인 <서울대학교병원 설치법>이 따로 있다. 나머지 국립대학의 병원은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따른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제시하고 있는데 문장이 훌륭하지 않다. 뭔가 어색하고 버벅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음과 같다.
이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 할 수 없는 이유는 '설립하여'와 '통하여'가 단순히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용언의 어간에 붙는 연결어미 '-아/-어'는 어간이 '하-'일 때만은 '-여'로 실현된다. '-아', '-어', '-여'는 형태만 다를 뿐 의미는 같다. 시간상의 선후 관계 또는 방법을 나타내거나 까닭이나 근거 따위를 나타낸다.
위 문장에서 '설립하여' 다음에 다시 '통하여'가 나왔다. 같은 연결어미가 반복되었다. 이런 반복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매끄럽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과 비교를 해보자.
'통하여' 대신에 '함으로써'라고 하면 '설립'이라는 방법을 통해 의학 등에 관한 교육ㆍ연구와 진료를 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의학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니 논리적으로 매우 긴밀히 연결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조문은 '설립하여'에 이어 다시 '교육ㆍ연구와 진료를 통하여'가 이어져 '설립'과 '교육ㆍ연구와 진료'가 어떤 관계인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문장은 논리적이어야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법조문은 특히 의미가 명확히 드러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장을 논리적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