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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산막이옛길을 찾아서

괴산댐 주변을 거닐다

by 김세중

3월 1일(금)엔 괴산으로 산막이옛길을 찾아갔다. 산막이옛길에 대해서는 전부터 들었지만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3일 연휴 첫날에 작심하고 찾았다. 서울에서 산막이옛길에 가는 길은 비교적 쉽다. 강남센트럴터미널에서 괴산 가는 버스를 타고 괴산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린다. 괴산에 닿아서가 문제다. 산막이옛길까지는 9km 이상 되니 걸어가기는 꽤 멀다.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다. 괴산시외버스터니널에 10시 15분께 도착했는데 산막이 가는 시내버스가 부근 괴산시내버스터미널에서 10시 10분에 있었다. 막 떠난 뒤였다. 다음 버스는 11시 10분에 있어 그걸 타기로 하고 남는 시간에 괴산 시내를 걸어서 둘러보았다.


괴산시외버스터미널과 괴산시내버스터미널은 살짝 떨어져 있다. 걸어서 3~4분 걸린다. 11시 10분 버스를 타고 산막이로 향하는데 시내버스가 곳곳의 마을을 들른다. 율원리 둔율마을도 들르고 자연드림이라는 곳에도 가는데 이곳이 대단하다. 산 밑의 펑퍼짐한 곳에 깜짝 놀랄 만큼 거대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아이쿱요양병원이라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근사한 주택 단지도 있다. 웬 이런 산골에!!


버스를 잘못 내려서 율원리 학동에서 출발했는데 다행히 산막이 가는 표지판이 있어 그걸 보고 줄기차게 걸으니 수전교가 나왔다. 거기서부턴 길도 넓고 안내판이 잘 돼 있었다. 괴산댐 입구를 지났다. 수력발전소다. 산막이옛길 주차장은 대단히 넓다. 괴산군에서 아주 크게 차려 놓았다. 제법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서 산막이옛길이 시작된다.


산막이옛길은 괴산댐 호수 주변의 산길 산책로다. 입구에서 산막이마을까지가 약 3km이고 거기서 1.2km 더 가면 출렁다리가 나오는데 연하협구름다리다. 산막이마을에서 연하협구름다리까지는 길이 좁아져서 편안하게 산책하기는 쉽지 않다. 연하협구름다리는 굉장히 긴 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큰 주차장이 있다. 좀 아쉬운 건 구름다리 건너서 카페나 식당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곳은 이미 지나온 산막이마을에 죄다 모여 있다.


산막이옛길의 예전 모습은 어땠을까. 괴산댐이 생기기 전에도 아마 좁은 길이 있었지 않을까 싶고 그 길을 괴산댐이 생긴 후로 좀 더 넓히고 걷기 편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군데군데 쉼터도 만들고 호랑이며 사슴 같은 조형물도 세워 놓고 말이다.


충청도와 경상도 사이에 높은 산이 겹겹이 서 있다. 괴산, 문경이 만나는 곳에 해발 900미터급의 군자산, 대야산이 있다. 모처럼 자연을 찾았는데 차 소리가 들리지 않아 무엇보다 좋았고 맑은 공기가 신선했다. 돌아오는 길에 칠성면까지 걸어와 괴산 시내 가는 버스를 기다려서 탔는데 놀라웠다. 이 버스에는 운전기사뿐이었다. 내가 타지 않았더라면 그 버스는 종점인 괴산읍까지 승객 없이 운행했을 것이다. 예전엔 다들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모두가 승용차로 다니다 보니 생긴 일이다. 농촌 소멸을 실감했다.


괴산에 왔으면 올갱이국을 먹어봐야 한다
18.6km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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