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문은 명쾌해야 한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란 법이 있다. 이 법에 국민참여재판과 배심원에 관한 규정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 형사재판에는 원래 없었던 제도인데 다른 나라의 제도를 참고해 도입되었다. 그런데 이 법의 제20조는 배심원 자격이 면제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직권 또는 신청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 배심원 직무의 수행을 면제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제5호에 다음을 들고 있다.
위 문장은 다음 두 문장을 연결어미 '-거나'로 접속한 것이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밑줄 친 아래 문장에 문제가 있다. '배심원 직무의 수행이 직업상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이 말이 잘 안 된다. 배심원 직무의 수행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손해를 입는 것은 사람이어야지 직무 수행이 손해를 입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심원 직무의 수행이 직업상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은 고쳐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 어느 것으로 표현할 때 비로소 의문이 느껴지지 않는다.
즉 '수행이'를 살릴 경우에는 '손해를 입게 될'이 아니라 '손해를 끼칠'이어야 하고 '손해를 입게 될'을 살리고자 한다면 '수행이'를 '수행으로'로 바꾸고 '초래하거나'를 '초래되거나'라 해야 하겠다.
아니면 다음과 같이 지시대명사 '이'를 사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법조문에서 지시대명사는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써야 한다. 비문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요컨대 법조문은 명쾌해야 한다. 의문이 남지 않아야 한다. 접속이 불완전하면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