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문은 한치의 오류도 없어야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있다. 2007년 8월 3일 제정된 법이다. 국제항해에 이용되는 선박과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으로 약칭 국제선박항만보안법이다. 제52조까지 있는 이 법률에 띄어쓰기가 바르지 않은 조문이 있다.
우선 제1조 목적을 보자. "...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보호하는 데'라야 하는데 '보호하는데'라 되어 있다. 띄어써야 하는데 붙여쓴 것이다.
왜 '보호하는 데'라야 하는가? 이때의 '데'는 '것'과 의미가 비슷한 '의존명사'이고 의존명사는 앞에 있는 말과 띄어써야 하기 때문이다. '데'가 의존명사임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에 이바지함을'처럼 '데' 다음에 조사 '에'를 넣을 수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자립명사든 의존명사든 명사 다음에는 조사가 결합할 수 있다. '데'가 의존명사인 증거다.
아마 법조문 작성자는 '보호하는데'의 '는데'를 어미로 보았던 모양이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데 우산을 집에 두고 왔다" 같은 표현에서 '오는데'의 '-는데'는 어간 '오-'에 연결된 어미다. 그 때는 '오는 데'라고 하면 안 된고 '오는데'가 맞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이바지함을'에서 '보호하는데'의 '는데'는 어미가 아니다. '보호하는'이라는 동사에 '데'라는 의존명사가 결합되었다. 따라서 '보호하는 데'라 써야 한다.
이렇게 의존명사 '데'를 띄어쓰지 않고 앞말과 붙여쓴 것은 제1조만이 아니다. 다음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이 법의 제10조 제2항, 제17조 제1항, 제19조 제2항, 제25조 제2항에서도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되고 있다. 법조문 작성자가 '데'가 의존명사임을 알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띄어쓰기를 바르게 하면 뜻을 파악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반대로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읽는 이에게 의아함을 불러일으킨다. 법조문은 한치의 오류도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부주의가 엉성한 법조문을 낳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