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법조문
국회법은 대단히 중요한 법률이다. 역사도 오래됐다. 1948년 10월 2일 제정되었으니까. 그리고 이 법은 개정이 잦다. 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국회법은 제정 이후 무려 98 차례나 개정됐다. 그런데 이 법에는 무슨 뜻인지 도무지 잘 이해되지 않는 조항이 더러 있다. 제88조도 그렇다고 생각된다.
제88조는 국회법 제6장 회의 중에서 제2절 발의ㆍ위원회회부ㆍ철회와 번안(飜案)에 들어 있다. 그런데 이 조의 첫 문장 "위원회에서 제출한 의안은 그 위원회에 회부하지 아니한다."는 일반인의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제출한'은 '~에' 또는 '~에게'가 있어야 하는 동사인데 우선 그게 없다.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는 것인가? 본회의에 제출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어디에 제출했다는 것인가?
그런데 이어지는 '그 위원회에 회부하지 아니한다'는 더 이상하다. 어디에 제출한 의안을 그 위원회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만일 본회의에 제출한 의안이라면 본회의에 제출한 의안은 통과되거나 부결될 뿐이지 다시 그 위워원회에 회부될 턱이 없다. 그러니 "위원회에서 제출한 의안은 그 위원회에 회부하지 아니한다."는 너무 당연해서 있을 필요가 있나?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불친절의 극치다.
문제의 제88조 '위원회의 제출 의안'은 국회법 연혁을 돌아볼 때 1960년 9월 26일 국회법이 전부개정될 때 처음 나타났다. 그때는 다음과 같았다.
그때는 '회부하지'가 아니라 '부탁하지'였다. 이것이 약 3년 뒤인 1963년 11월 26일 '폐지개정'될 때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즉 '부탁하지'가 '회부하지'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위원회에서 제출한 의안은 그 위원회에 회부하지 아니한다."이다. 과연 이 조문은 왜, 무엇 때문에 만들어졌고 그 의미하는 바가 무얼까. 국회의원들은 알고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