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취하다'와 '고취시키다'
'고취하다'라는 말이 있다. '의견이나 사상 따위를 열렬히 주장하여 불어넣다.'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래서 '애국심을 고취하다' 또는 '향학열을 고취하다' 등과 같은 표현을 흔히 볼 수 있다. 요컨대 '고취하다'는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이다. 그런 타동사에 다시 '시키다'를 넣을 필요가 없다. 예컨대 '목적을 달성하다' 하면 되는데 '목적을 달성시키다'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목적을 달성시키다'와 같은 표현은 실제로 쓰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고취하다'의 경우 '고취하다'라고 하면 그뿐인데 '고취시키다'라고 하는 경우를 간혹 본다. 심지어 법조문에서도 '고취시키다'가 등장한다.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있는데 이 법의 제5조 제5항은 다음과 같다.
여기에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고취시키기 위하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고취하기 위하여'와 뜻이 다른가? 그렇지 않다. 같은 뜻이다.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고취하기 위하여'라고 하면 그만인 것을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고취시키기 위하여'라고 한 것이다.
뜻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싶은 동기에서 '하다' 대신 '시키다'를 쓰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 사람 나 좀 소개시켜 줘." 같은 예에서 보듯 '소개하다' 대신 '소개시키다'가 습관적으로 굳어진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법조문에서 불필요한 '시키다'를 남용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고취하다' 하면 되는 것을 '고취시키다'라 하는 것은 분명 지나치다. 우리나라의 많은 법에서 '고취하다'와 '고취시키다'가 뒤섞여 쓰이고 있다. 둘 다 써도 좋을까. 아니다. '고취시키다'는 '고취하다'로 바로잡아야 마땅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