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한 법조문은 현대화되어야
언어학을 전공했을 뿐 법에는 문외한인 내가 법조문을 파게 될 줄은 몰랐다. 벌써 5년 가깝다. 법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6법의 법조문을 읽으면서 참담한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 이토록 국어 문법을 처참하게 무시한 문장이 6법의 곳곳에 들어 있음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왜 이런 꼴사나운 문장이 고쳐지지 않은 채 60~70년이 지나도록 요지부동 남아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두 권의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한 권은 2022년에 나온 <<민법의 비문>>이고 다른 한 권은 최근 나온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이다.
예상대로 법조계의 반응은 덤덤하고 싸늘했다. 그들이 늘상 사용하는 법조문에 국어문법적 오류가 심각함을 고발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외면당했다. <<민법의 비문>>이 그랬고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는 나온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런 가운데 필자를 크게 고무하는 일이 최근에 두 가지 있었다.
한 가지는 법대를 졸업하고 법무사 시험 준비를 하는 분이 내 책을 읽고 평소 법조문이 이상하다고 느낀 자신의 의문이 정당했음을 확인했다는 고백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오늘 인터넷에서 본 다음 서평이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라고 했고 "국회의 모르쇠 어찌해야 하나"라 했다. 이보다 더 핵심을 찌른 표현을 또 찾을 수 있을까 싶다. 그렇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법조인, 법학자 그리고 국어학자가 있고 국회의원을 지낸 이는 또 얼마나 많았나. 하지만 그 누구도 법조문의 문장과 표현에 대해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일본 법조문을 엉터리로 번역한, 뒤틀린 한국어 문장이 곳곳에 있지만 모른 체해 왔다. 이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잘못된 문장은 바로잡아야 마땅하지 않나.
이 모든 문제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6법의 법조문에 대해 무관심했다. 심지어 법무부가 제19대 국회 때인 2015년에, 제20대 국회 때인 2019년에 반듯하게 뜯어고친 민법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심사하지 않고 폐기해 버렸다. 그들 안중에 없었다. 이를 '국회의 모르쇠'라 했고 국회의 모르쇠를 어찌해야 하냐고 물었다.
필자의 문제 제기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음에 그간 외롭게 행한 노고를 보상받고도 남는다는 느낌이다. 어찌 이분들만이겠는가. 앞으로 차츰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결국은 국회도 낙후하기 이를데없는 우리 6법을 정비해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법조문으로 현대화하리리 믿는다. 제22대 국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