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조사는 아무렇게나 써도 되나

법조문이 문법을 어기다니

by 김세중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있다. 약칭 군복단속법이다. 군복은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서 제조, 판매할 수 있지 아무나 제조, 판매할 수 없는데 그것은 바로 이 법 때문이다. 군복을 군인 아닌 사람이 멋대로 입어서도 안 되는데 그것도 역시 이 법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법의 법조문에는 국어 사용이 바르지 않은 데가 눈에 띈다. 제4조 제1호를 보자.


제4조(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제조ㆍ판매업의 허가를 받을 수 없다.

1.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하여 징역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집행이 종료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또는 그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하여'라는 구절이 이상하지 않은가. 누가 '규정에 위반하여'라 하나.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규정을 위반하여'라고 한다. '위반하다'가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이고 목적어에는 조사 '을/를'이 쓰여야 한다. 그래야 국어문법에 맞다. 그런데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하여'라 했으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틀리게 썼더라도 일관성은 있어야 하겠는데 그렇지도 않다. 바로 다음 조인 제5조는 다음과 같다.


제5조(허가의 취소 등)

①국방부장관은 제조ㆍ판매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조ㆍ판매업의 허가를 취소하거나 6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영업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다만 제1호ㆍ제2호 또는 제5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

1. 허가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영업을 시작하지 아니하거나 1년 이상 계속하여 영업을 하지 아니한 경우

2. 허위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받은 경우

3. 허가조건을 위반한 경우

4. 허가의 시설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5. 제4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다만, 같은 조 제5호의 법인이 3월 이내에 그 임원을 해임하거나 개임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6. 제6조 내지 제8조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


제5조 제1항의 제3호에서는 '허가조건을 위반한', 제6호에서는 '규정을 위반한'이라고 썼다. 제5조에서는 '~을 위반한'이라고 바르게 쓴 것이다.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제4조의 '규정에 위반하여'는 조사를 잘못 썼다. 틀린 조사를 써도 뜻만 통하면 그만인가. 말의 질서에 이리도 무관심한가. 법조문이 이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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