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법이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59조는 선거운동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기간개시일이란 후보등록 후 6일 지나면서부터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2024년 3월 28일부터 4월 9일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 13일 동안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만으로 시작되는 예외 조항이 기가 차다. 5개 호 가운데 특히 제4호를 보자. 전화나 말로는 이런 기간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확성장치(마이크)만 사용하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단, 선거일(투표일)만 빼고는! 이게 법인가 방군가 싶다.
며칠 전 한 정당 대표가 옥외집회에서 "지금부터는 마이크를 쓰지 않고 육성으로 하겠습니다." 하면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공직선거법 제59조 제4호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당 후보를 옹호하고 상대당을 맹렬히 비판했다. 그런데 그 제4호에는 '옥외집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확성기만 쓰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확성기를 쓰지 않고 육성으로 하더라도 옥외집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는 선거운동을 선거운동기간이 아니면 할 수 없게 돼 있지 않은가. 법도 이상하지만 그 법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활동하는 정당 대표도 참 이상하다.
눈 가리고 아옹 하는 더 이상한 일은 이른바 위성정당이다. 제1당과 제2당은 온 국민이 다 알듯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다. 그런데 이들 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아예 내지 않고 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현행 법은 소수당의 비례대표에 의한 국회 진출을 쉽게 하기 위해 이른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두고 있다.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모두 내면 비례대표 의석을 소수당에게 많이 내주고 자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적게 배분받을까봐 아예 자당의 비례대표를 내지 않고 별도의 정당을 만들어 소수당인 것처럼 해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려 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해서 되겠는가. 위성정당을 만들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마땅하지 않나. 대한민국은 참 희한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제일 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