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인터뷰를 앞두고

오류투성이 법조문 이대로 방치돼선 안 된다

by 김세중

나는 2년 전 아주 쓴맛을 보았다. <민법의 비문>이란 책을 내고서였다. 민법은 모든 법률의 뿌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법 중에서 가장 기본인 법이다. 형법은 범죄에 관한 법이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과는 관계가 없다. 상법은 상행위와 관련한 법이어서 역시 상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민법은 다르다. 모든 인간에게 다 적용된다. 심지어 태아에게까지 적용된다. 상속도 중요하게 민법이 다루고 있으니 죽은 후에도 민법은 적용된다. 그만큼 민법은 중요한 법이다. 가장 조문 수가 많은 법이기도 하다.


그렇게 중요한 법이 민법인데 그 민법에 비문, 즉 말이 안 되는 문장이 숱하게 많음을 고발한 책이 <민법의 비문>이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다르게 <민법의 비문>은 세상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 한 유력 신문이 나를 인터뷰했고 그 인터뷰 기사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뿐이었다. 마치 가십 기사처럼 지나가고 말았다. 민법 조문에 말이 안 되는 문장이 그렇게 많다니 국회가 깜짝 놀라야 하고 법조계, 법학계가 뜨끔해야 마땅하건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18명 모두에게 책과 기사 스크랩을 넣어 보냈지만 그 누구도 아는 체하지 않았다. 잘 받았다는 전화 한 통 없었다.


다시 2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민법뿐 아니라 형법, 상법, 형사소송법 등 이른바 6법을 모두 다룬 책을 냈다.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이다. 이 책을 받은 한 신문사가 관심을 보여 왔다. 인터뷰를 하러 올 모양이다. 2년 전의 참담한 실패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지니고 있다. 그저 가벼운 인터뷰 기사 정도로는 세상이 놀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웬만큼 크게 다루지 않고는 세상은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60~70년 동안을 무탈하게 지내 왔는데 왜 이게 문제란 말이냐 하고 오히려 시큰둥하게 여길지 모른다.


법조인, 법학자들은 "신의에 좇아",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같은 말에 워낙 젖어 그런 표현이 말이 안 된다는 사실조차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게 오히려 문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문법뿐이 아니다. 어휘에 있어서도 '건정'(형사소송법), '조지하다'(형법) 같은 듣도 보도 못한 말이 법조문에 들어 있다. 그런 가운데 법학의 길에 들어서는 법학도들은 처음 법을 공부하면서 이런 괴상한 표현에 당혹감을 금치 못한다. 나홀로 소송을 하는 일반인들도 이런 고약한 법조문을 맞닥뜨리면서 법조문을 읽는 데 현기증을 느낀다. 엉터리 법조문이 법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엉터리 법조문을 그대로 두는 것은 법학도들에 대한 권리 침해요 그들을 괴롭히고 학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 말이 안 되는 문장을 받아들이라고 하나.


오류투성이 법조문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한 신문의 인터뷰가 지면에 큼직하게 반영되고 나아가 다른 신문사와 방송에까지 영향을 주어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되기를 소망한다. 더 이상 엉터리 법조문이 이대로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엉성하고 오류투성이인 법조문을 그대로 둔 채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할 수 있나. 천만의 말씀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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