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습득'은 어색하다
단어와 단어는 서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조합이 있다. 예컨대 '술을 마시다', '물을 마시다'는 아주 자연스럽지만 '밥을 마시다', '빵을 마시다' 하면 누구나 거부감을 느낀다. '밥'이나 '빵'은 '마시다'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너무나 뚜렷해서 누구나 말이 안 됨을 쉽게 느끼고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없겠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는 어색함을 잘 알아채지 못하기도 한다.
다음은 그런 예들이다.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란 법은 약칭 군형집행법인데 제27조 제1항 제1호에 '건전한 사회복귀'란 말이 있다. 별로 어색한 줄 모르고 지나치는 이도 있겠지만 '건전한'과 '사회복귀'가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건전하다'라는 말은 '병이나 탈이 없이 건강하고 온전하다.' 또는 '사상이나 사물 따위의 상태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상적이며 위태롭지 아니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전자는 '건전한 신체', '건전한 정신'으로, 후자는 '건전한 생활 태도', '건전한 가정생활' 등과 같이 쓰인다. '건전한 사회복귀'는 후자의 뜻으로 쓰인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으나 '건전한 사회복귀'보다는 '원활한 사회복귀'나 '원만한 사회복귀'가 나아 보인다.
같은 법 제47조에는 '교양 습득'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지식 함양과 교양 습득'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는데 '지식 습득과 교양 함양'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습득'은 '지식 습득', '기술 습득'과 같이 보통 쓰이지 '교양 습득'은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은 '습득'도 되고 '함양'도 되는데 그렇다면 '지식 함양과 교양 습득'이 아니라 '지식과 교양 함양'이라고 해도 좋았을 것이다. 요컨대 '교양 습득'은 어색하다. 교양은 함양하거나 쌓지 습득하지 않는다. 단어와 단어는 가장 잘 어울리는 것끼리 결합되어야 하고 명명백백해야 할 법조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