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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의 남용을 경계한다

by 김세중

국어에는 의존명사 ''이 있다. '것'은 아주 두루 쓰이는 말이다. '것'이란 말이 없다면 어떻게 언어생활을 할까 싶을 정도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것'은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까지 왕왕 쓰인다. 법조문에서도 그러하다.


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란 법이 있는데 약칭 군용물범죄법이다. 이 법 제6조 제3항은 다음과 같다.


제6조(검사의 수사지휘 등)

③ 검사는 피의자가 불법으로 구속된 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 피의자에 관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


'피의자가 불법으로 구속된 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에서 ''은 굳이 쓸 필요가 없는 말이다. '피의자가 불법으로 구속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이라고 할 때 뜻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것'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가장 널리 쓰인다. 그러나 사람은 '사물'도 아니고 '일'이나 '현상'도 아니다. '피의자가 불법으로 구속된 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에서 '것'은 '것'이 갖고 있는 어떤 뜻과도 잘 맞지 않는다.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쓸 필요가 없는 데까지 써서는 안 된다. 피의자는 사람이고 사람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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