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전기통신법이란 법이 있다. 1961년 12월 30일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의 제18조는 다음과 같다.
이 조에 '정당한 사유 없이 개봉, 훼손, 숨기거나, 내버려 두거나'라는 구절이 있는데 열거하는 방식이 자연스럽지 않다. 이 조문은 제정 당시에는 다음과 같았다.
'정당한 사유없이 개피, 훼손, 은닉 또는 방기하거나'라 되어 있던 것을 2011년 6월 9일 전문 개정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개봉, 훼손, 숨기거나, 내버려 두거나'라 한 것이다. '개피'를 '개봉'으로, '은닉 또는'을 '숨기거나'로, '방기하거나'를 '내버려 두거나'로 바꾸었다.
'개피'가 잘 쓰지 않는 어려운 말이니 '개봉'으로 하고 '은닉'도 '숨기거나'로, '방기하거나'도 '내버려 두거나'로 바꾸었다. 문제는 '개봉, 훼손, 숨기거나, 내버려 두거나' 가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열거만 한다고 말이 되나? 아니다. 열거는 대등한 것들끼리 해야 한다. '개봉'과 '훼손'은 명사이고 '숨기거나'와 '내버려 두거나'는 동사이다. 차라리 원래의 '개피, 훼손, 은닉 또는 방기하거나'가 문법적으로는 반듯했다.
'개피', '은닉', '방기' 같은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려면 모두 동사로 해서 '개봉하거나 훼손하거나 숨기거나 내버려두거나'라 했어야 하지 않나. '개봉, 훼손, 숨기거나, 내버려 두거나'를 보는 마음은 씁쓸하다. 문법을 이렇게 업수이 여겨도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