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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한 표현이 낫지 않은가

상이를 입다?

by 김세중

법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고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 법은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문법에 맞아야 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쓰여야 한다. 궁벽지고 난해한 단어는 피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조문에는 평이한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체로 쓰이지 않는 표현이 사용된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런 생소한 단어는 읽는 이를 곤혹스럽게 한다. 군인사법에도 그런 표현이 있다.


제54조의2(전사자등의 구분)

① 군인이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게 되면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라 전사자ㆍ순직자ㆍ일반사망자ㆍ전상자ㆍ공상자 및 비전공상자(이하 “전사자등”이라 한다)로 구분한다.

1. 전사자

가. 적과의 교전(交戰) 또는 적의 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

나. 무장폭동, 반란 또는 그 밖의 치안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

2. 순직자

가. 순직Ⅰ형: 타의 귀감이 되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사망한 사람

나. 순직Ⅱ형: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

다. 순직Ⅲ형: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

3. 일반사망자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지 아니한 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

4. 전상자
적과의 교전이나 무장폭동 또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로 인하여 상이를 입은 사람

5. 공상자
교육ㆍ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로 인하여 상이를 입은 사람

6. 비전공상자
제4호 또는 제5호에 해당하지 아니한 행위로 인하여 상이를 입은 사람


이 제54조의2는 2015년 6월 22일 신설된 조이다. 생긴 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상이를 입다'라는 표현을 썼다. '상이를 입다'는 널리 쓰이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 '부상을 입다', '부상을 당하다' 같은 표현을 널리 쓰지 않는가.


'상이'는 국어사전에 '부상을 당함'이라 뜻풀이되어 있다. 따라서 '상이를 입다'는 '부상을 당하다'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부상을 입다'나 '부상을 당하다' 대신 굳이 '상이를 입다'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잘 짚이지 않는다.


'상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상이군인', '상이용사' 등에서 쓰여 왔다. '부상군인', '부상용사'보다는 '상이군인', '상이용사'가 널리 쓰이는 굳어진 표현이다. 명사의 경우는 그렇지만 동사는 다르다. '부상을 당하다', '부상을 입다'가 널리 쓰이지 '상이를 입다'는 좀체 쓰지 않는다.


다른 법을 보자. 다음은 경찰공무원법이다.


제21조(보훈) 경찰공무원으로서 전투나 그 밖의 직무 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공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을 포함한다) 및 부상(공무상의 질병을 포함한다)을 입고 퇴직한 사람과 그 유족 또는 가족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또는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우 또는 지원을 받는다.


이 법의 제21조에는 '부상을 입고'라는 표현이 있다. 왜 군인은 '상이를 입다'라 하고 경찰관은 '부상을 입다'라 하나.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 법조문이 이따금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그래야만 법에 권위가 생긴다고 보는 걸까. 오히려 평이하고 명료할수록 권위가 생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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