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를 입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고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 법은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문법에 맞아야 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쓰여야 한다. 궁벽지고 난해한 단어는 피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조문에는 평이한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체로 쓰이지 않는 표현이 사용된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런 생소한 단어는 읽는 이를 곤혹스럽게 한다. 군인사법에도 그런 표현이 있다.
이 제54조의2는 2015년 6월 22일 신설된 조이다. 생긴 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상이를 입다'라는 표현을 썼다. '상이를 입다'는 널리 쓰이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 '부상을 입다', '부상을 당하다' 같은 표현을 널리 쓰지 않는가.
'상이'는 국어사전에 '부상을 당함'이라 뜻풀이되어 있다. 따라서 '상이를 입다'는 '부상을 당하다'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부상을 입다'나 '부상을 당하다' 대신 굳이 '상이를 입다'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잘 짚이지 않는다.
'상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상이군인', '상이용사' 등에서 쓰여 왔다. '부상군인', '부상용사'보다는 '상이군인', '상이용사'가 널리 쓰이는 굳어진 표현이다. 명사의 경우는 그렇지만 동사는 다르다. '부상을 당하다', '부상을 입다'가 널리 쓰이지 '상이를 입다'는 좀체 쓰지 않는다.
다른 법을 보자. 다음은 경찰공무원법이다.
이 법의 제21조에는 '부상을 입고'라는 표현이 있다. 왜 군인은 '상이를 입다'라 하고 경찰관은 '부상을 입다'라 하나.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 법조문이 이따금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그래야만 법에 권위가 생긴다고 보는 걸까. 오히려 평이하고 명료할수록 권위가 생기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