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나이가 있다. 오래전에 생긴 법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 생긴 법도 있다. 귀속재산처리법은 1949년 12월 19일 제정된 법으로 가장 최근에는 2023년 7월 18일에 개정되었다. 아직 시행되고 있는 법이라는 뜻이다. 제42조의2까지 있는 이 법은 1949년 당시의 한국어를 반영하고 있다. 곳곳에 지금은 쓰지 않는 표현이 있다.
이 법이 오래된 법임은 제2조에서 알 수 있다. 제2조는 다음과 같다.
제2조 본법에서 귀속재산이라 함은 단기 4281년 9월 11일부 대한민국정부와 미국정부간에 체결된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 제5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한민국정부에 이양된 일체의 재산을 지칭한다. 단, 농경지는 따로 농지개혁법에 의하여 처리한다.
북위38도선이북 수복지구내에 있는 재산으로서 단기 4278년 8월 9일 현재 일본인인 개인, 법인, 단체, 조합, 그 대행기관이나 그 정부의 조직 또는 통제한 단체가 직접, 간접 혹은 전부 또는 일부를 소유한 일체의 재산은 전항에 규정하는 귀속재산으로 취급하여 본법을 적용한다.<신설 1956ㆍ12ㆍ31>
단기 4278년 8월 9일이전에 한국내에서 설립되어 그 주식 또는 지분이 일본기관, 그 국민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되었던 영리법인 또는 조합기타에 대하여서는 그 주식 또는 지분이 귀속된 것(이하 귀속된 주식또는 지분이라 칭한다)으로 간주한다.
단기 4278년 8월 9일이전에 한국내에서 설립되어 그 이사행사권 또는 사원권이 일본기관, 그 국민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되었던 재단법인 또는 사단법인에 대하여서는 그 이사행사권 또는 사원권도 귀속된 것(이하 귀속된 이사행사권 또는 사원권이라 칭한다)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이 법은 제정 당시 온통 한자어는 한자로 표기되었고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같다. 그래서 다음과 같다.
第2條 本法에서 歸屬財産이라 함은 檀紀 4281年 9月 11日附 大韓民國政府와 美國政府間에 締結된 財政 및 財産에 關한 最初協定 第5條의 規定에 依하여 大韓民國政府에 移讓된 一切의 財産을 指稱한다. 但, 農耕地는 따로 農地改革法에 依하여 處理한다.
北緯38度線以北 收復地區內에 있는 財産으로서 檀紀 4278年 8月 9日 現在 日本人인 個人, 法人, 團體, 組合, 그 代行機關이나 그 政府의 組織 또는 統制한 團體가 直接, 間接 或은 全部 또는 一部를 所有한 一切의 財産은 前項에 規定하는 歸屬財産으로 取扱하여 本法을 適用한다.<新設 1956ㆍ12ㆍ31>
檀紀 4278年 8月 9日以前에 韓國內에서 設立되어 그 株式 또는 持分이 日本機關, 그 國民 또는 그 團體에 所屬되었던 營利法人 또는 組合其他에 對하여서는 그 株式 또는 持分이 歸屬된 것(以下 歸屬된 株式또는 持分이라 稱한다)으로 看做한다.
檀紀 4278年 8月 9日以前에 韓國內에서 設立되어 그 理事行使權 또는 社員權이 日本機關, 그 國民 또는 그 團體에 所屬되었던 財團法人 또는 社團法人에 對하여서는 그 理事行使權 또는 社員權도 歸屬된 것(以下 歸屬된 理事行使權 또는 社員權이라 稱한다)으로 看做한다.
'단기'를 폐지하고 '서기'로 바꾼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이 법에는 '단기'가 쓰이고 있다. 이게 지금도 시행되고 있는 법이라니 뜨악하다. 왜 정비하지 않나. (연호에 관한 법률은 1948년 제정 당시 단기로 한다고 규정했고 1961년 12월 2일 서기로 한다고 바꾸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단기'뿐이 아니다. 다음 제5조에도 지금은 쓰지 않는 표현이 들어 있다.
제5조 귀속재산중 대한민국헌법 제85조에 열거된 천연자원에 관한 권리 및 영림재산으로 필요한 임야, 역사적 가치있는 토지, 건물, 기념품, 미술품, 문적 기타 공공성을 유하거나 영구히 보존함을 요하는 부동산과 동산은 국유 또는 공유로 한다.
정부, 공공단체에서 공용, 공공용 또는 공인된 교화, 후생기관에서 공익사업에 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부동산과 동산에 대하여도 전항과 같다.
'공공성을 유하거나'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유하다'가 뭔가? 한자로 어떻게 적혔는지 보면 다음과 같다.
第5條 歸屬財産中 大韓民國憲法 第85條에 列擧된 天然資源에 關한 權利 및 營林財産으로 必要한 林野, 歷史的 價値있는 土地, 建物, 記念品, 美術品, 文籍 其他 公共性을 有하거나 永久히 保存함을 要하는 不動産과 動産은 國有 또는 公有로 한다.
政府, 公共團體에서 公用, 公共用 또는 公認된 敎化, 厚生機關에서 公益事業에 供하기 爲하여 必要한 不動産과 動産에 對하여도 前項과 같다.
'공공성(公共性)을 유(有)하거나'는 '공공성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공공성이 있거나'라는 뜻으로 보인다. '공공성을 유하거나'는 1949년의 한국어를 보여준다. 이런 표현이 지금도 그대로 법에 남아 있다니 놀랍다. 법 자체는 여전히 지금도 필요하니까 존속하고 있겠지만 법에 사용된 표현만큼은 오늘날의 언어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 '단기'가 쓰이고 있는가 하면 '공공성을 유하거나' 같은 낯설기 그지없는 표현이 들어 있다. 낡은 법은 시대에 맞게 정비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