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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반복은 불편하다

매끄럽지 못한 법조문

by 김세중

글쓰기에서 반복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거북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의미 파악을 방해하기도 한다. 반복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관형형의 반복도 그중 하나다. 극지활동 진흥법이란 법이 있는데 2021년 4월 13일 제정되었다. 이 법의 제14조 제2항에 관형형이 반복되고 있다.


제14조(극지환경의 보호 및 안전관리) ① 극지활동을 하는 자는 극지환경을 오염시키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해양수산부장관은 극지에서 행하여지는 극지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예방과 사고발생 시의 신속한 대응 등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극지에서 행하여지는 극지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서 '극지에서 행하여지는'이 관형형이고 이어지는 '극지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이 또한 관형형 구성이다. 이렇게 관형형이 되풀이되니 읽는 사람은 어리둥절하게 된다.


반복도 문제지만 '극지에서 행하여지는 극지활동'이란 표현 자체가 중언부언 같은 느낌을 준다. 극지활동이 극지에서 행해지지 않을 수 있나? 극지활동 자체가 극지에서 행하여진다. 그렇다면 '극지에서 행하여지는'은 없어도 그만인 군더더기와 같은 것이다.


모름지기 법조문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해야 한다. 조금도 의문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뜻을 명백하기 위해 일부러 '극지에서 행하여지는'을 넣었는지 모르겠으나 표현이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군더더기 같은 말을 왜 넣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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