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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접속을 보고 싶다

by 김세중

기상관측표준화법이라는 법이 있다. 기상법 제3조 제3항은 "상관측의 표준화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라 되어 있고 이에 따라 제정된 법이다. 그런데 기상관측표준화법의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기상법」 제3조제3항에 따라 기상관측의 표준화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기상관측의 정확성과 기상관측장비의 운용 및 기상관측자료 공동 활용의 효율성을 높여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가 시선을 끈다. 왠지 께름칙하다. 문면 그대로만 보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와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가 접속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입법자의 의도는 그게 아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와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를 접속한 게 아닌가 싶다. 만일 이 추측이 옳다면 다음 (1) 또는 (2)와 같이 돼 있어야 옳다.


(1)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2) 기상재해로부터의 국민 생명과 재산의 보호와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1)은 동사구끼리 접속하였고 (2)는 명사구끼리 접속하였다. 이런 추측이 옳다는 확신을 이 법의 근거가 되는 기상법에서 얻을 수 있다. 기상법 제1조는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국가기상업무의 효율적 수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기상업무의 건전한 발전에 힘쓰게 하여 기상재해 및 기후변화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기상재해관측법의 제1조에서는 '공공의 복리증진에'라 되어 있지만 기상법 제1조에서는 '공공복리를 증진하는 데에'라 돼 있는 것이다. 기상법 제1조가 바르고 기상재해관측법 제1조는 틀렸다고 본다. 정확한 사고가 바른 표현을 낳고 표현이 바를 때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상재해관측법 제1조는 다시 써야 옳다고 본다.


그리고 기상재해관측법의 제7조 제2항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제7조(관측방법)

② 관측기관은 자동관측방법으로 관측할 수 없는 기상요소에 대하여는 눈(目)으로 관측할 수 있다.


'눈(目)으로 관측할 수 있다'고 했다. '' 다음에 괄호를 열고 이라 했다. 이 무슨 뜻인지 헷갈릴까봐 괄호 안에 을 보여 주었나. 보여주더라도 '()'이 아니라 '[]'이어야 하지 않을까. 괄호의 형태를 지적하는 것이다. 어쨌든 뒤에 '관측할'이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눈'을 '雪'로 이해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굳이 '눈(目)'이라 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나친 친절로 보인다. 왜 이러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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