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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12. 2024

도정산을 아십니까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둘레길을 찾아서

남양주시는 행정구역이 참 특이하다. 별내동이 있는가 하면 별내면이 있다. 서로 붙어 있다. 별내동보다 별내면이 북쪽으로 더 산속 깊숙이 있다. 그 별내면에 도산(288m)이 있다. 물론 의정부시 산곡동도 도정산의 서 상당한 면적을 차지한다. 오늘 나는 왜 갑자기 도정산을 찾았나. 


사실 도정산이라는 산 이름을 오늘 지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쪽을 가보고 싶은 마음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서울 근교의 거의 모든 산에 올라갈 수 있지만 광릉 국립수목원 일대만은 출입이 금지돼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가볼 수 있는 데까지 가보면 어떨까 싶었고 그게 바로 별내면이었다. 그리고 지도를 보니 신 이름이 도정산이었고 정상은 깃대봉이었다.


1호선을 타고 석계역에서 내려 1155번 버스를 탔다. 석계역에서 종점인 청학리까진 40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깊은 산중에 도회지가 있었고 그곳이 별내면이었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별내중학교 뒤로 가니 도정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나타났다. 비닐하우스가 골을 따라 차곡차곡 들어서 있었고 오이 수확이 한창이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됐다. 하지만 경사가 완만해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로에 가까웠다.


처음 만난 곳이 도정약수터였다. 수질 검사 '적합'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꽤 깊은 산중이니 당연히 적합일 것이다. 약수터에서 도정산 정상은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해발 288m다 보니 전망대 같은 건 아예 없고 과연 이곳이 정상이 맞나 의문이 잔뜩 들었다.  아무 표시가 없었으니 말이다. '삼각점' 표시를 한 돌만 있을 뿐이었다.


숲은 울창했고 공기는 청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멀리서 들리는 고속도로의 차량 소리만 아니라면 강원도 싶은 산속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이리도 고요한 숲속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긴 원시림이 온전히 보전돼 있는 광릉 수목원이 이 부근 아닌가! 무엇보다 사람이 별로 없어 좋았다. 서울의 북한산이나 관악산, 청계산의 일요일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나. 이곳은 전혀 달랐다. 별세계인 듯싶었던 것이다.


중말고개를 지나 비루고개까지 이르는 동안 가파른 산길은 거의 없었다. 대체로 평탄했다. 정말이지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차들 소음만 아니라면 이보다 더 걷기 좋은 산길이 또 있을까 싶었다. 드디어 비루고개에 이르렀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의정부시 고산동,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리다. 그러나 직진해서 더 산을 치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후론 하산 때까지 완전히 산중에 나 혼자였다. 비루고개에서 무지랭이약수터까지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도정산 능선 9.2km를 4시간 반 동안 걸었다. 동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은 광릉 수목원이 있는 용암산과 수리봉이지만 그쪽은 생물권보전지역인 만큼 등산로가 없음은 물론 아마 철조망 같은 걸로 차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멀리 그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이다. 무지랭이약수터에 이르렀다. 물이 아주 콸콸콸 나온다. 역시 이곳도 수질은 '적합'이다. 약수터에서부터는 계곡이었고 자녀들과 함께 온 어른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속세가 가까웠다. 코스트코가 우뚝 서 있었다. 모처럼 깊은 산속을 걸었다. 청량한 공기를 한껏 마셨다. 수락산 동쪽에 도정산이 있다. 그곳은 마치 별세계와 같았다. 산이 비록 그리 높진 않아도 말이다.


도정약수터
도정산 정상 삼각점
무지랭이약수터
9.2km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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