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관리가 이렇게 원칙 없어서야
2024년 2월 6일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이산가족법)이 개정되었다. 여러 조에 걸쳐 개정이 이루어졌는데 제9조 제1항도 개정되었다. 개정된 제9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종전의 제9조 제1항은 어땠나? 다음과 같았다.
뭐가 개정되었는지 좀체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개정된 것은 띄어쓰기였다. 종전의 제9조 제1항에서는 '서신교환'이었는데 이를 '서신 교환'으로 개정한 것이다. '서신교환'은 한 단어가 아니고 두 단어기 때문에 띄어쓰도록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바로 이어지는 '전화통화'는 한 단어인가? 이 역시 '전화 통화'처럼 띄어써야 하지 않나. 사실 제2항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제9조 제2항은 "통일부장관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정례화 및 인원확대를 위하여 북한 당국과 협의하여야 한다."인데 '인원확대'야말로 '인원 확대'처럼 띄어써야 하지 않나.
우리나라 법률 조문의 띄어쓰기는 거의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로 원칙 없고 혼란스럽다. 가장 극명한 것은 1950년대에 제정된 민법, 형법과 같은 기본법이다. 이들 법률의 법조문은 제정될 때 문장 전체가 띄어쓰기가 전혀 없이 되었다. 일본어가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서 그 습관을 고스란히 물려받아서 1953년 형법을 제정하면서, 1958년 민법을 제정하면서 형법, 민법의 조문에는 문장 전체에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마침표도 찍지 않았다. 오늘날 종이 법전과 인터넷 법령정보센터에서 이들 법률을 모두 띄어쓰기하고 있고 구두점을 찍는 것은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하는 것이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법 개정을 않고도 띄어쓰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민법, 형법에서 법 개정을 하지 않고 띄어쓰기를 하고 있는 것은 구와 구 사이를 띄어쓰기한다는 것이지 단어 차원에서의 띄어쓰기는 여전히 하고 있지 않다. 일례로 민법 제45조를 들어볼까.
띄어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경방법', '목적달성'은 여전히 띄어쓰기를 하고 있지 않다. '변경방법', '목적달성'은 두 단어이지 한 단어가 아니다. 따라서 '변경 방법', '목적 달성'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변경방법', '목적달성'이라 하고 있다. 여전히 띄어쓰기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그러한데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의 제9조 제1항에서 '서신교환'을 '서신 교환'으로 개정했으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전화통화'나 '인원확대'는 띄어쓰지 않나.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다. 나라의 법 관리가 이렇게 원칙 없이 이루어져도 되나. 종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