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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15. 2024

영종도에 이런 멋진 산이 있을 줄이야

백운산은 가볍게 산행하기에 딱이다

며칠 전엔 해발 288m인 의정부-남양주 경계의 도정산에 올랐는데 오늘은 영종도의 해발 255m 백운산에 올랐다. 높은 산보다는 이런 적당한 높이의 산이 좋다. 등산보단 산책에 가까운 나들이다. 영종도 공항이 2001년 3월 29일 개항했고 외국에 가기 위해 영종도를 그간 꽤나 많이 찾았다. 그러나 정작 영종도 한가운데 있는 산을 올라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일기예보에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비 오기 전에 다녀와야겠다 싶어 아침에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에서 내리니 벌써 하늘이 희끄무레했다. 편의점에 들러 비옷과 물을 샀고 부지런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백운산은 여러 방향에서 오를 수 있다. 하늘고등학교, 운서초등학교, 용궁사, 운북동 등에서 오를 수 있다. 운서역에서 내려서 걸어서 백운산 정상을 향했다. 하늘고등 옆으로 해서...


산이 그닥 높지 않다 보니 등산로가 완만해서 좋다. 길이 참 잘 돼 있다. 너무 좁지도 넓지도 않고 주위 숲은 참으로 빼곡하다. 운서역에서 출발, 한 시간도 안 돼 정상에 올랐다. 갑자기 전망이 탁 트이더니 익숙한 광경이 한눈에 나타나는 게 아닌가. 인천대교, 인천공항, 무의도, 인천항...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항공기가 아주 작게 보인다. 꼬물꼬물...


정상에서 북쪽으로 걷다 보면 길이 갈라진다. 운서초등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용궁사로 갈 수도 있고 운북동으로 갈 수도 있다. 한꺼번에 다 갈 수 없음이 아쉽다. 운서초나 용궁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영종역이 있는 운북동 가는 길로 들어섰다. 운서역에서 정상 오를 때보다 훨씬 더 조용하다. 하산하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서울 가는 고속도로가 가깝다 보니 차 소리가 꽤나 심하다는 것이다. 부지런히 걷다 보니 갑자기 테니스장이 나오더니 마을이 나타났다. 중고차 매매센터 같은 곳도 있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미리 사둔 비옷을 꺼내 입었다. 일기예보가 어김이 없다.


집으로 와야 하니 전철 타러 영종역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지만 다음에는 운서초등이나 용궁사쪽으로 내려가보고 싶다. 그쪽으로 내려가더라도 버스를 타면 전철역으로 갈 수 있으리라. 10여 년 전 일이 생각난다. 영종도에 와서 김찬삼세계여행문화원을 구경했던 일 말이다. 해외여행을 꿈도 꿀 수 없었던 시절 김찬삼 교수는 세계를 여러 차례 일주했다. 아프리카에 가서는 슈바이처박사도 만났다. 10여 년 전 영종도 세계여행문화원에 왔을 때 한 귀퉁이에 그가 세계여행 중 타고 다녔던 자그마한 승용차가 전시돼 있었다. 검색해 보니 그 세계여행문화원이 2013년 철거되고 영종하늘도시공원이 됐다고 한다. 그 승용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암튼 영종도는 환골탈태했고 지금 이 섬은 세계로 향하는 한국의 관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외국에 가기 위해 영종도를 찾지만 영종도의 백운산도 한번쯤은 거닐어 볼만하다 생각한다. 숲이 참 빽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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