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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14. 2024

짧게만 하려고 형식은 무시해도 되나

주어가 있는데 서술어가 보이지 않는다

노동위원회법은 노동관계에 있어서 판정 및 조정업무의 신속·공정한 수행을 위하여 노동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1997년 3월 제정된 법률이다. 그런데 이 법 제6조에는 문법의 관점에서는 매우 이상한 구절이 나타난다. 제6조 제3항과 제4항은 다음과 같다.


제6조(노동위원회의 구성 등)

(전략)

③ 근로자위원은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람 중에서, 사용자위원은 사용자단체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위촉한다.

1. 중앙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

2. 지방노동위원회: 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위촉

④ 공익위원은 해당 노동위원회 위원장, 노동조합 및 사용자단체가 각각 추천한 사람 중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순차적으로 배제하고 남은 사람을 위촉대상 공익위원으로 하고, 그 위촉대상 공익위원 중에서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위촉한다.

1.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

2. 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위촉


제3항 제1호, 제2호 그리고 제4항 제1호와 제2호에는 '대통령이 위촉',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위촉'이라는 표현이 있다. '대통령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가 주어인데 이어지는 말은 그냥 '위촉'이다. 의미상으로는 '위촉'이 서술어에 해당하지만 형식상으로 '위촉'은 명사일 뿐 서술어가 아니다. 왜 '위촉한다'라고 하지 못하나. 제3항과 제4항의 앞에서 '위촉한다'라는 말이 쓰였기 때문에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위촉'으로 끝낸 것으로 보이는데 왜 되풀이하면 안 되나. 법조문은 간명하기도 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문법을 지켜야 한다.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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