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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23. 2024

조지(阻止)하거나?

형법은 속히 개정되어야

아침에 지인 한 분이 문자를 보내오셨다.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 나를 언급한 것을 보고 내게 알려주셨다. 한자마당이라는 유튜브 채널이었고 거기서 지난 4월 20일 나의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에 관해 언급하고 있었다. 내가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에서 형법 제136조 제2항에 나오는 '조지하거나'가 국어에는 없는 단어로서 1953년에 형법을 제정할 때 일본어를 갖다 쓴 거라고 한 거에 대해서 상세한 해설을 했다. 


13분짜리 이 동영상을 다 보았다. 이 영상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한자마당의 주인은 중국어와 일본어에서 阻止沮止가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하였고 조선왕조실록에서 또한 어떻게 쓰였는지도 알려 주었다. 요컨대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阻止 沮止가 다 쓰이고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도 역시 그렇다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조지(阻止)하다'가 없을 뿐이지 우리 조상들은 '阻止'를 썼다는 얘기였다. 우리 형법의 '조지하거나'는 일본어를 갖다 쓴 거라는 내 말이 틀렸다고 대놓고 반박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그런 내용이었다고 이해된다. 요컨대 우리 형법에 '조지하거나'가 쓰이고 있는 게 과히 잘못된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난 생각을 달리한다. 조선왕조실록을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 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어떤 문헌인가. 20세기에 들어와 고종, 순종의 실록에서야 비로소 한글이 나타나고 한국어 문장이 쓰였지 제25대 임금인 철종의 실록까지도 조선왕조실록은 철저히 한문이었다. 한문의 성격이 무엇인가. 고전 중국어 아닌가. 조선왕조실록은 우리 조상들이 작성한 중국어 문헌인 것이다. 거기에 '阻止'가 나온다고 해서 국어에 '조지하다'가 조선시대부터 쓰였다고 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중국 한문에서 '阻止'를 썼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에서도 '阻止'를 썼을 뿐이다.


우리 형법 제136조 제2항의 '조지하거나'를 합리화하기 위해 엉뚱한 근거를 끌어오지 않았으면 한다. '조지하다'는 국어에 없는 단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하루속히 '저지하거나'로 바꾸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 국민 누가 '조지하다'를 알고 있고 쓰고 있나. 국민이 모르는 말을 법에 써도 되나. 형법은 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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