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한 법조문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이란 법이 있다. 약칭 녹색건축법으로 2012년 2월에 제정되었다. 이 법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표현이 여기저기 들어 있다. 비록 중대한 오류라고는 하기 어렵지만 어문규범에는 분명히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법조문이 어문규범을 지키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국어의 조사 '-에게'는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나타내는 체언 뒤에 붙는 특징이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체언 뒤에는 '-에'가 쓰인다. 그런데 다음 제10조 제4항, 제17조 제3항, 제35조 제4항을 보자.
한결같이 '기관에게'라고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기관'은 사람이나 동물을 나타내는 체언이 아니다. '국가'가 사람인 국민으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에'라고 하지 '국가에게'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기관'도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기관에'라 하지 '기관에게'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들 조문에는 '기관에게'인가. '기관에'라야 바르다.
제10조에 제6항에는 '출생년도'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역시 어문규범에 맞지 않다.
'출생년도'가 아니라 '출생연도'이다. '회계년도', '사업년도', '졸업년도', '개최년도'가 아니라 '회계연도', '사업연도', '졸업연도', '개최연도'인 것과 마찬가지다. 한글 맞춤법은 합성어의 뒷말은 두음법칙을 적용해서 적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법 제33조 제1항 제3호에는 '거짓 또는 부실하게'라는 표현이 들어 있는데 이 역시 문법적으로 바르지 않다.
'거짓' 자체가 부사라면 '거짓 또는 부실하게'는 문제 없다. 그러나 '거짓'은 명사이지 부사가 아니다. 또 '거짓하다'라는 말이 있다면 역시 문제 없다. 그러나 '거짓하다'라는 말은 없다. 따라서 '거짓 또는 부실하게'는 옳지 않고 '거짓으로 또는 부실하게'라고 해야 문법적으로 온전하다.
법조문은 한번 만들어지면 개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국민이 이를 따라야 하는 규범이다. 그런 법규범이 문법을 지키지 않다니 안 될 말이다. 우리는 좀 더 말에 대해 세심할 수 없을까. 법조문에 대해 너무 무관심해 보인다. 법조문은 아무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흠 없는 법조문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