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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24. 2024

황당한 띄어쓰기

왜 이리 부주의한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실로 어이없는 오식이 있다. '공표하되'를 '공표하 되'라 한 것이다. '하'와 '되' 사이를 왜 띄나? 이는 단순한 오류요 실수일 뿐이다. 국법에 이런 오류가 버젓이 있다니 눈을 의심하게 한다.


제5조의2(농수산물 유통 관련 통계작성 등) ①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은 농수산물의 수급안정을 위하여 가격의 등락 폭이 큰 주요 농수산물의 유통에 관한 통계를 작성ㆍ관리하고 공표하 되, 필요한 경우 통계청장과 협의할 수 있다.



오늘날 국가 법령은 인터넷으로 제공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센터가 이 일을 할 때는 관보를 기준으로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법령이 공포되면 바로 그날 관보에 게재되는데 예전에는 종이 관보가 발행되었지만 지금은 전자관보가 사용된다. 그런데 이 법 제5조의2는 2016년 12월 2일에 종이로 발행된 관보에 이렇게 돼 있다.



관보에 '공표하 되'로 되어 있으니 이게 잘못인 줄을 번히 알면서도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는 관보에 게재된 그대로 인터넷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관보를 수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법을 개정해야 해서? 관보에 '공표하 되'로 게재되어 있다고 해서 그대로 정보를 제공하는 모습이 보기 딱하다.


좀 다른 문제를 거론해 본다. 이 법 제10조 제4항에는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찬성을 받아야'는 살짝 어색한 느낌을 준다.


제10조(유통협약 및 유통조절명령) 

④ 제2항에 따라 생산자등 또는 생산자단체가 유통명령을 요청하려는 경우에는 제3항에 따른 내용이 포함된 요청서를 작성하여 이해관계인ㆍ유통전문가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해당 농수산물의 생산자등의 대표나 해당 생산자단체의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동의를 받아야'나 '지지를 받아야'는 자연스럽지만 '찬성을 받아야'는 어딘가 어색하지 않나. '찬성'을 꼭 써야겠다면 '찬성을 얻어야'가 자연스럽지 않은가. 


법조문 작성에는 많은 사람이 관여하는 줄 안다. 관계부처 공무원이 작성하면 법제처를 거치고 국회로 넘어가면 국회에서도 사무처, 소관 상임위, 법사위 등에서 보지 않는가. 왜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문제가 남는 채 법이 공포, 시행되는지 모르겠다. 워낙 서두르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인가. 다른 것은 몰라도 법은 오류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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