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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01. 2024

빅샷을 아시나요

기도가 성공할까

필자는 일전에 한 유력 일간지의 기사 제목에 큼직하게 '빅샷'이란 말이 사용된 걸 보고 놀라서 브런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쓴 일이 있다. 그때는 그저 그날 편집 기자의 실수였거나 개인적 취향이려니 했다. 그런데 오늘 그 신문의 정치 기사에서 또 '빅샷'이 제목에 사용된 걸 보고 그게 단지 그날의 실수가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아예 이 신문은 작정하고 '빅샷'을 쓰기로 한 듯하다. 


그러나 나만 '빅샷'에 대해 의문을 느끼는 걸까. 과연 우리나라 다른 신문에서도 '빅샷'이란 말을 쓰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았다. 신문기사 검색하는 사이트로 빅카인즈가 있다. 애우 강력한 기능을 갖고 있다. 빅카인즈에 '빅샷'을 넣고 이모저모로 검색해 보니 뜻밖에 '빅샷'은 꽤 오래 전부터 다양한 뜻으로 쓰이고 있었다. 1990년대에는 골프에 한정해 많이 쓰였다. 한때는 게임과 관련해서 많이 쓰이기도 했다.


요즘 '거물', '중진', '유명인사'의 뜻으로 쓰이는 '빅샷'은 2010년 이후에야 드문드문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일부 언론사에서만 그랬다. 흥미로운 것은 아직까지도 일부 언론사에서만 '빅샷'을 쓴다는 것이다. 중앙의 종합일간지 중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에서만 '빅샷'을 쓴 예가 보인다. 다른 신문에서는 '빅샷'을 쓴 용례가 검색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서는 '빅샷'을 그냥 쓰지 않고 ''빅샷''처럼 따옴표를 붙여서 썼다. 그러나 조선일보만 따옴표 없이 썼다. 따옴표를 쓰는 것은 보통 강조하거나 아니면 아직 대중에 널리 퍼지지 않은 생소한 말임을 표시할 때 쓰는데 조선일보는 이미 '빅샷'이 대중에게 익숙한 말이라고 보는 듯하다. 


일부 신문이 외래어를 퍼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음을 본다. 필요한 말이면 퍼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거물', '중진', '유명인사' 같은 말을 놔두고 '빅샷'을 퍼뜨려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언론이 대중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중을 이끌려고 하니 뜨악하다. 기도가 과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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