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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31. 2024

법률 조문은 흠이 없어야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이란 법이 있다. 약칭 농수산물품질법으로 1999년 1월 제정되었다. 이 법은 우리 농수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농수산물의 품질관리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농산물의 '우수관리', 수산물의 '품질인증'은 이 법에 의거한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농수산물을 구입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것은 이 법이 있어서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의 조문에는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국어 표현이 정확하지 않아서이다. 제12조의2는 다음과 같다.


제12조의2(농산물우수관리 관련 교육ㆍ홍보 등)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농산물우수관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소비자, 우수관리인증을 받았거나 받으려는 자, 우수관리인증기관 등에게 교육ㆍ홍보, 컨설팅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 우수관리인증기관 등에게 교육ㆍ홍보, 컨설팅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라 되어 있다. 여기서 '우수관리인증기관 등에게'에 조사 '에게'가 쓰였는데 이 말과 호응하는 말이 자연스럽지 않다. '우수관리인증기관 등에게 교육ㆍ홍보, 컨설팅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정확한 표현인가. 그보다는 '우수관리인증기관 등에 대하여 교육ㆍ홍보, 컨설팅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할 때 뜻이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에게'보다는 '에 대하여'가 문맥에 더 맞는 말이다. '우수관리인증기관 등에게'와 뒤에 나오는 '사업을 수행할'은 잘 호응하지 않으며 '우수관리인증기관 등에 대하여'와 '사업을 수행할'이 호응한다. 꼭 '에게'를 쓰고자 한다면 뒤에 나오는 말은 '사업을 수행할'이 아니라 '사업을 시행할'이라야 할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제67조에는 접속이 국어답지 않게 쓰였다. 제67조는 다음과 같다.


제67조(분석방법 등 기술의 연구개발 및 보급)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나 시ㆍ도지사는 농수산물의 안전관리를 향상시키고 국내외에서 농수산물에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유해물질의 신속한 안전성조사를 위하여 안전성 분석방법 등 기술의 연구개발과 보급에 관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개정 2013. 3. 23.>


'농수산물의 안전관리를 향상시키고 국내외에서 농수산물에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유해물질의 신속한 안전성조사를 위하여'에서 앞 부분은 '향상시키고'라는 동사가 나왔는데 뒤는 '안전성 조사'라는 명사구가 나왔다. 동사와 동사를 접속하든가 명사와 명사를 접속하는 것이 문법에 맞다. 


명사와 명사가 접속되게 하자면 '농수산물의 안전관리 향상과 국내외에서 농수산물에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유해물질의 신속한 안전성조사를 위하여'라고 해야 하고, 동사와 동사가 접속되게 하자면 '농수산물의 안전관리를 향상시키고 국내외에서 농수산물에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유해물질의 신속한 안전성 조사를 하기 위하여'라 해야 한다.


물론 현재의 조문으로도 뜻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다른 뜻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러나 국가의 법률 아닌가. 법률의 조문이 언어적으로 완전하지 않아서야 될 말인가. 문법이 왜 있는가. 문법을 따를 때 뜻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문법을 좀 어기더라도 법의 취지를 이해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법률이 법률다우려면 흠이 없어야 한다.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법조문을 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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