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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05. 2024

정상적이지 않은 접속

대충 늘어놓기만 해서는 안 된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이란 법이 있다. 2004년 3월에 제정된 법으로 약칭 농어업인삶의질법이다. 농어업인등의 복지증진, 농어촌의 교육여건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농어업인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특히 농어촌 지역의 '아동,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위해 2013년 6월에는 제17조의2가 신설되었다. 다음과 같다.


제17조의2(농어촌 지역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지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어촌 지역 아동과 청소년의 역량을 강화하고 건전한 여가문화 정착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제17조의2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어촌 지역 아동과 청소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하고, 농어촌 지역 아동과 청소년의 '건전한 여가 문화 정착'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역량을 강화하기'는 동사구다. '강화하기'가 동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전한 여가 문화 정책'은 '정책'이 명사기 때문에 명사구다. 동사구와 명사구를 접속한 것이다. 접속은 동사구끼리 하든지 명사구끼리 해야 하는 문법을 어겼다. 엇박자가 났다.


대충 말을 늘어놓아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감은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문법을 바르게 지킬 때 의도하는 뜻이 명료하고 명확하게 드러난다. 문법을 지키지 않고 쓴 문장은 마치 먼지 낀 렌즈로 찍은 사진처럼 흐릿하게 보일 뿐 깔끔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가장 명확해야 할 법조문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위 법 제17조의2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어촌 지역 아동과 청소년의 역량을 강화하고 건전한 여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하거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어촌 지역 아동과 청소년의 역량 강화 건전한 여가문화 정착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라 해야 했다. 다음에 법을 개정할 일이 있을 때 제17조의2도 개정하길 기대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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