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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11. 2024

상법을 개정한다고?

우리말은 하찮은가

오늘 조선일보에 정부가 상법 개정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재고돼야 한다는 칼럼이 실렸다. 개정은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상법 제382조의3은 다음과 같다.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여기에 '회사를 위하여'가 있는데 정부는 '회사'에 더해 ‘총주주’ 또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겠다는 것으로 이사는 회사만을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게 아니고 주주를 위해서도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법무부의 계획보다 앞서서 이미 지난 6월 5일 민주당 정준호 의원의 대표 발의로 11명의 의원이 국회에 상법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개정 내용은 상법 제382조의3에 있는 '회사를 위하여'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하여'로 바꾸는 것이다. 새로 추가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회사' 앞에 세우는 안으로 정부의 상법 개정 계획과 방향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상법이 개정되면 이사는 회사를 위해서도 일해야 하지만 주주의 이익을 위해 노심초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주가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상법을 개정해야 함을 역설하고자 한다.


상법 제280조와 제523조는 다음과 같다.


제280조(출자감소의 경우의 책임) 유한책임사원은 그 출자를 감소한 후에도 본점소재지에서 등기를 하기 전에 생긴 회사채무에 대하여는 등기후 2년내에는 전조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제523조(흡수합병의 합병계약서) 합병할 회사의 일방이 합병 후 존속하는 경우에는 합병계약서에 다음의 사항을 적어야 한다. <개정 1998. 12. 28., 2001. 7. 24., 2011. 4. 14., 2015. 12. 1.>

1. 존속하는 회사가 합병으로 인하여 그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증가하는 때에는 그 증가할 주식의 총수, 종류와 수


여기서 '출자를 감소한 후에도', '주식의 총수를 증가하는 때에는'을 보자. '감소하다'는 자동사이다. 타동사는 '감소시키다'이다. 아니면 '줄이다' 같은 말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증가하다'도 자동사이다. 타동사는 '증가시키다'이다. 물론 '늘리다'를 쓸 수도 있다. 


도대체 '출자를 감소한 후에도', '주식의 총수를 증가하는 때에는'이 한국말인가. 말이 되는 소린가. 말이 안 되지만 자꾸 되풀이해 읽다 보면 그만 무감각해져서 내버려두고 있는가. 이런 괴상한 표현은 상법이 1962년 1월 20일 제정될 때 들어갔다. 그리고 어언 62년이 지났고 지금도 그대로다. 부끄럽지 않나. 


소액 주주 보호도 좋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표현을 바로잡아야 한다. 위 예는 상법에 들어 있는 언어적 오류 중 일부만 든 것이다. 이밖에도 오류가 숱하게 많다. 상법은 명색이 국가 기본법인데 60년 이상 이런 모습으로 방치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런 거 바로잡지 않고 국회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우리말을 이렇게 하찮게 여겨도 좋은가.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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