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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18. 2024

악법이 나쁜 조례를 낳는다

왜 민법을 개정하지 않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나쁜 선례가 있으면 이를 따르는 게 있기 마련이다. 민법은 수많은 법률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민법은 모든 법률의 원천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1958년에 제정된 우리 민법에는 숱한 비문과 오자가 있다. 비문이란 무엇인가. 문법을 어긴 문장이다. 법조문에 비문이 있다니! 그러나 그게 엄연한 사실이다.


법학자들과 법률가들은 온통 법리에만 골몰하지 법조문이 문법을 지키고 있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문법을 어겼더라도 자꾸 읽다 보면 문법에 어긋난 줄도 모르게 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언필칭 법률인데 법조문이 문법을 어기다니! 불행히도 그게 우리 현실이니 딱한 노릇이다.


언어학을 전공한 필자는 2022년 <민법의 비문>을 써서 민법에 숱한 비문이 있음을 지적했고 올해 2024년에는 6법으로 범위를 넓혀 법조문의 오류를 지적한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를 펴냈다. 그러나 법조계는 눈 하나 깜짝 않아 보인다. 왜? 그동안 잘못된 법조문으로도 잘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법을 처음 배우는 후학들은 생각 않나. 직접 소송을 하겠다고 법조문을 들춰 보는 일반 국민은 안중에 없나? 그들이 당최 말이 안 되는 법조문을 접하고 얼마나 당황하겠나.


법률의 비문은 하위 규범인 지자체의 조례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 지자체마다 조례를 두고 있는데 한 예로 제주시옥외광고물등관리조례를 보자. 이 조례는 2006년 4월 12일 제주특별자치도 옥외광고물 등 관리에 관한 조례(제주도조례 제2586호)로 통합되었는데 제28조는 다음과 같다.


제28조(안전도검사를 위탁받은 자의 검사절차 등) ① 안전도검사업무를 위탁받은 자는 영 제38조제1항에 의한 안전도검사 기준에 따라 안전도검사를 실시하고 별지 제3호서식에 의하여 검사결과를 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② 안전도검사업무를 위탁받은 자는 안전도검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관계법령 및 이 조례에 위반한 사실을 발견한 때에는 이를 시장에게 즉시 보고하여야 한다. 다만, 현장에서 시정조치할 수 있는 경미한 사항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항의 '이 조례 위반한 사실을'에 '조례 위반한'이 나온다. 우리는 '노래를 부른다'고 하지 '노래에 부른다'고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법규를 위반한다'고 하지 '법규에 위반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 조례에는 '이 조례 위반한 사실을'인가. 마땅히 '이 조례 위반한 사실을'이어야 한다. 이런 문장 오류는 민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민법에 숱한 '~에 위반하다'가 나온다. 민법 제2조에는 '신의 좇아'라는 구절도 있다. 황당한 표현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은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래야 사회가 안정적이란다. 그걸 누가 부인하랴. 그러나 법조문의 오류는 법의 보수성과는 상관이 없다. 틀린 말은 고쳐야 한다. 그런데도 법의 보수성을 들먹이며 고명한 법조인들이 법조문의 틀린 문장을 고치라는 소리에 귀를 틀어막는다.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에 관심 있는가. 나라가 이래서는 안 된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한 의로운 언론인이 있어 인용한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 어법 66년간 왜곡해온 민법 조항 | 생글생글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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