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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5. 2024

감동적 실화

인터넷이 주는 혜택

인터넷이 언제 생겼더냐. 아마 1995년께부터로 기억된다. 처음에 Netscape Communicator라는 게 인터넷 서핑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점차 마이크로소프트 Explorer에 밀려 사라지고 말았지만... 아무튼 인터넷 환경도 지금은 매우 달라져 기막힌 사이트들이 참 많이 생겨났다. 요즘 유튜브는 꽤나 많은 볼것을 제공한다. 내 성향을 어찌 알아냈는지 내가 좋아할만한 걸 골라서 보여준다. 가끔은 틀리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내 성향을 잘 알아맞힌다. 


요즘 범죄 사건을 보여주는 사이트가 내 눈앞에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떤 건 재미없고 어떤 건 재미있고... 참 많기도 하다. 국내 것도 많고 외국 것도 많다. 어쩌다 한 사이트에서 참 놀라운 범죄 사건을 알게 되었다. 1970년 미국 유타주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덮일 뻔했다가 무려 46년이 지난 2016년에야 범인이 잡히게 된다. 그리고 재판이 열려 범인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이런 희한한 일을 알게 된 것도 유튜브 덕분이지만 미국의 많은 주에는 살인죄에 공소시효가 없다는 것도 챗gpt에 물어서 알게 됐다. 어찌 인터넷이 신통하지 않나.


1970년 7월 31일 유타주의 작은 도시 프라이스의 한 가정집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그 집엔 23살 엄마 로레타와 네 살 딸 하이디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아침에 제 방에서 잠을 자던 하이디는 이상한 소리, 낌새에 깼다. 열쇠 구멍을 통해 엄마 방을 들여다본 하이디의 눈에 엄마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난자당한 채... 하이디는 집을 뛰쳐나왔고 이웃집 아저씨에게 엄마가 죽었다고 외쳤다. 경찰이 출동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그러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용의선상에 올랐던 이웃의 톰 에글리라는 남자를 조사했지만 그는 극구 부인했다. 엄마를 잃은 하이디는 외할머니가 맡아 키웠다.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영구 미제 사건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엄마를 죽인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 사건 당시 네 살이었던 하이디가 마흔 살이 됐을 때인 2006년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던 하이디가 뒤늦게 고향 유타주 프라이스로 돌아왔다.


2009년 어느 날 하이디는 자기 차를 도난당했다. 페이스북에 차 잃어버린 이야기를 올렸더니 어떤 사람이 위로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 남자 이름이 낯익었다. 그 옛날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그는 현직 경찰이었다. 그를 만나 1970년 엄마를 죽인 범인을 찾고 싶다고 했다. 동창인 그 경찰이 적극 나섰다. 엣 신문의 관련 기사를 죄다 찾아냈다. 피살 현장 사진이 눈에 띄었다. 흥건한 핏자국이 방바닥에 깔려 있는데 피로 T O 라는 글자가 쓰인 게 눈에 띄었다. 로레타가 죽기 전 범인의 이름을 쓰다 만 것이었다. Tom이 범인이라는 거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외할머니가 죽기 전 남긴 유품을 살피다 보니 로레타의 피살과 관련한 각종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신문기사도 있었지만 사건 당시 외할머니가 쓴 일기에는 "하이디가 "톰이 엄마를 죽였어요."라고 말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하이디는 기억을 하지 못했지만 네 살 때 분명 그렇게 말했던가 보다. 그렇지 않다면 외할머니가 그렇게 적어 놓았을 리 있겠는가.


피로 쓴 "T O"라는 글자, 톰이 엄마를 죽였다고 하이디가 말했다는 할머니의 기록 등을 근거로 경찰은 톰 에글리를 재판정에 세웠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톰 에글리가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했다. 네 살짜리 아이의 진술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던 것이다. 톰 에글리는 무죄로 풀려났다. 경찰은 물러서지 않았다. 트릭을 썼다. 경찰은 수사가 급진전되어 곧 범인을 잡게 될 거라고 발표했고 이를 지역신문이 보도했다. 과연 이 계략에 범인이 걸려들었다.


지역의 한 여성에게 어떤 노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는 이제 감옥에 가게 될 것 같아 키우던 개를 기를 수 없게 됐으니 누가 개를 맡아 키워줄 수 없겠느냐고 동네에 수소문했고 그 소식이 경찰에 들어갔다. 개를 키워달라고 한 사람은 바로 76세의 톰 에글리였다. 자백을 한 셈이었다. 결국 톰 에글리를 불러 추궁하니 자신이 로레타 존스를 죽였다고 시인했다. 톰은 법정에 다시 세워졌고 2016년 법관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지금 2024년이니 아직 복역중이거나 혹시 그 사이에 세상을 떴을지도 모른다.


어느덧 인터넷이 생활 속에 파고든 지가 30년 가까워 온다. 인터넷 덕에 옛날 일도 알 수 있고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얻어 들을 수 있다. 물론 정보가 공개된 사회나 그렇지 꼭꼭 틀어막은 사회의 소식은 알 수 없지만... 요즘 인공지능은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챗gpt, gemini의 신통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은 한 수 더 뜨는 것 같다. 텍스트의 한 부분을 선택하니 뭘 묻기도 전에 '요걸 물으려고 했지? 그건 이래' 하며 답을 늘어놓지 않는가. 인지(人智)가 이렇게 발달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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