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Jun 26. 2024

리차드? 리처드?

공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을 보고 좀 놀랐다. 한 기사의 제목에 '드 김'이라 돼 있어서다. 상식에 맞지 않는다. 영어 Richard의 외래어 표기는 '리처드'지 '리차드'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리차드 김'이란 말인가.




신문사에는 교열부가 있다. 기사를 교열하는 일을 한다. 물론 회사에 따라 자사 소속이 아니라 외주 회사 소속인 경우도 있으나 하는 일은 같다. 교열 없이 지면을 제작할 수 있나. 그리고 교열에서는 문장이 바른지, 단어는 규범에 맞는지를 살핀다. 외래어는 표기 규범을 따르고 있는지 점검한다. 아마 신문사 안에서 '리차드 김'이라 할 거냐 '리처드 김'이라 할 거냐를 놓고 고민과 숙고 또는 논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표기 규범에 따르면 '리처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차드 김'이라고 나간 이유는 짐작이 간다. 그게 우리 귀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한때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 "리차드 김이에요." 하면서 무대로 나와 현란한 춤을 춰보이던 개그맨이 있었다. 그의 발음은 분명 '리차드'였지 '리처드'가 아니었다. 발음하는 연기자도, 보는 시청자도 '리차드'가 편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외래어 표기 규범은 '리차드'가 아니라 '리처드'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에 미국 대통령을 지낸 Richard Nixon을 우리 신문은 '리처드 닉슨'이라고 보도했지 '리차드 닉슨'이라 하지 않았다. '리처드'라 해 온 역사가 상당히 깊다.  이는 네이버 뉴스 검색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920년부터 1999년까지 신문 기사 중에서 '리차드'는 2,511건인 데 반해 '리처드'는 20,360건으로 '리처드'가 약 8배이다. 압도적으로 '리처드'가 많이 쓰였다.



'리차드'는 2,511 건이다


'리처드'는 20,360건이다


요컨대 문어에서는 '리처드'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구어에서는 개그콘서트에서 보듯이 '리차드'가 우위에 있어 보인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신문은 구어가 아니라 문어다. 그렇다면 표기 규범을 따라야 하지 않을까. 어떤 논리로 기사 제목을 '리차드'로 내보내기로 했는지 궁금하다. 혹시 서양인에 대해서는 '리차드'로, 한국계 인사는 '리차드'로 한 걸까. 별 생각이 다 든다. 도대체 왜 '리차드'라 했을까.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오늘 이 신문의 자체 기사 검색을 해 보니 '리차드 기어'는 202건, '리처드 기어'는 426건이었다. 같은 배우를 놓고 두 가지 표기를 뒤섞어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좀 곤란하지 않은가. 신문은 공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외래어 표기 규범을 지키는 것도 그들의 책임이요 의무라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동적 실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