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Jun 28. 2024

인간승리?

콜튼 해리스모어 이야기

요즘 부쩍 범죄 스릴러 영상에 빠져 있다. 유튜브가 알아서 그런 걸 찾아서 보여주고 나도 그걸 즐기기 때문이다. 미국 사건이 제일 많고 캐나다, 호주, 유럽, 일본 기타 등등 나라의 것도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서 미국사람들의 생활도 간접 체험한다. 부강한 나라니까 부자들도 참 많지만 그 반대로 힘들게 사는 미국사람들도 많구나 하는 걸 느낀다. 그리고 미국의 시골에서 어렵게 자란 한 청년의 종횡무진 범죄 행각을 접하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1991년 3월 워싱턴주 시애틀 북쪽 시골에서 태어난 콜튼 해리스모어(Colton Harris-Moore)는 가정이 불우했다. 아버지는 마약중독자였고 어머니는 알콜중독자였다. 아버지는 일찍 집을 나가 버려 어머니가 그를 키웠다. 알콜중독인 엄마 밑에서 제대로 잘 자랐을 리 없다. 9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단다. 아마 중3쯤이었을 것이다. 


그가 살던 섬에는 외지인들의 별장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별장은 평소에 비어 있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자연히 빈집에 들어가 음식도 꺼내 먹고 샤워도 하는 등 콜튼은 일찍부터 빈집털이에 눈을 떴다. 남의 집 문을 따는 기술은 친구 할리 데이빗슨 아이언윙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그는 빈집도 털었지만 차를 많이 훔쳤다. 그가 훔친 차가 도합 100대가 넘는다니 얼마나 쉽게 차를 훔쳤는지 알만하다. 그 차를 타고 캐나다로도 건너갔다.


그는 차만 훔치지 않았다. 경비행기를 훔쳐 타기 시작했다. 그는 비행기 조종을 어디서 배웠나. 컴퓨터 게임을 통해 배웠다고 하는데 기계 조작하는 데는 재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절도를 거듭하면서 결국 잡히고 말았고 소년원에 수용됐다. 그러나 그는 소년원에 얌전히 갇혀 있지 않았다. 어느 날 소년원을 탈주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간이 더욱 커졌다. 인디애나주까지 간 뒤 그곳 한 공항에서 근사한 세스나 경비행기를 훔쳐 타고 쿠바로 향했다. 쿠바와 미국은 범죄인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쿠바에만 가면 붙들려 오지 않는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한다. 쿠바까지 못 가고 바하마에서 연료가 떨어졌고 비행기는 바하마에 불시착하고 말았다. 그는 바하마의 여러 섬을 도망쳐 다녔다. 미국에서 범죄 행각을 하고 다닐 때도 늘 맨발로 다녀서 별명이 'Barefoot Bandit'였는데 바하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맨발로 다니니 발자국이 안 남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발이 아프진 않았을까. 어떻든 바하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콜튼은 결국 바하마경찰에 체포되기에 이른다. 바하마 당국에서 받은 처벌은 미약했다. 그가 바하마에서 죄를 저지른 거라곤 허가 받지 않고 바하마에 들어온 것뿐 아닌가. 벌금형을 받았고 그 벌금은 콜튼의 엄마가 냈단다.


그러나 콜튼은 미국 경찰에 인계됐고 미국으로 와서 재판을 받기에 이른다.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했고 판사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단다. 그런데 선고한 판사가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비록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판사는 콜튼에 대해 '인간승리'라고 했다니 말이다. 알콜중독의 홀어머니 밑에서 크면서 그렇게 절도와 도주를 밥 먹듯 이어간 걸 판사는 무슨 생각으로 '인간승리'라 했나 모르겠다. 그 '의지'를 높이 샀을까. 한국에도 엇비슷한 천재적 도둑들이 있었지만 대개 그들은 절도뿐 아니라 살인이나 강도까지 했다. 그러나 콜튼 해리스모어는 사람을 해친 적은 없는 모양이다. 재산 피해는 숱하게 입혔지만......


주거침입, 절도 등도 다 심각한 범죄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다. 콜튼 해리스모어는 '맨발강도'로 소문나면서 한때 굉장한 팬이 생겼단다. 사람들이 마치 그를 의적처럼 여겼을까. 그러나 분명 의적은 아닐 것이다. 훔친 물건으로 남을 돕진 않았으니까. 불우한 가정환경을 그런 식으로 이겨낸 것을 대단하게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의 이야기는 만화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콜튼 해리스모어에 관한 동영상을 보면서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엿보았다. 콜튼 해리스모어가 남은 생을 의미 있게 보내길 바란다. 이제 겨우 서른세 살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숲속 낡은 집에서 살았다


그는 항공산업 분야에서 일할 꿈을 가지고 있단다


매거진의 이전글 팩트가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